부산시-영화인 반목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영화제 부산시, 영향력 행사 버리고 든든한 후원자 역할 필요 영화인, 투명하게 운영하고 열린자세로 외부 의견 수렴해야
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년 동안 착실하게 성장했지만 그 운영의 자율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제 운영의 예산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 이상을 매년 부산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이 영화제를 발의하고 조직하고 운영하기 위해 사단법인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를 결성했고,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운영에 관한 모든 문제를 주도해 왔다. 부산시의 이 같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이 영화제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영화제를 계속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책임을 지고 운영할 수 있는 영화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부산시가 언제까지 영화제의 조직과 운영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영화제 기간에 75개국 30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관객만 해도 23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화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가 94편이나 되었다는 것도 그 국제적 참여의 열도를 말해 준다. 영화제 기간 중 부산을 찾은 관광객까지 따진다면 영화제를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얻는 유형무형의 이득도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산에 덧붙여진 영화 예술의 도시로서의 새로운 이미지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이른바 그 ‘브랜드 가치’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축제여야 하고 동아시아 영화인들의 축제여야 하며 세계를 향한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부산시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을 주도해 온 영화인들도 이제는 영화계 전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젊은 영화인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열어 주고 영화제의 자율적 운영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영화와 인접해 있는 여러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시켜 영화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보다 가까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영화제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부산시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원금을 폭넓게 모금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 특히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불필요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제를 운영해 온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국제적인 영화 축제를 만들어 놓고 왜 다시 망가뜨리려 하는가?
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