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경숙.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연기자 김경숙(44)이 2일 첫 방송한 KBS 1TV 일일드라마 ‘별난 가족’으로 2TV ‘TV소설 사랑아 사랑아’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복귀보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선에 섰다는 표현이 지금 그에게는 더 어울리다.
1991년 MBC ‘산너머 저쪽’을 통해 연기를 처음 시작하고 20년 이상 활동하면서 “낮은 인지도”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별난 가족’이 방송하는 시간대는 그동안 평균 2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극중 캐릭터인 정주란이 시청자에게 미움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손가락질하시면 웃으면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즐기는 모습이다.
정주란은 한 홈쇼핑 기업의 대표로, 남편(선우재덕)보다 실력이 뛰어나다. 자식들에게 집착하는 그를 남편은 질리고 결국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한다.
겉으로는 강인해 보이지만 마음을 기댈 누군가가 주변에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며 푹 빠져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 앞에 서면 몸이 뻣뻣해지고 긴장된단다.
그리고는 “끼가 없다고 연기자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아무래도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보통의 연기자 지망생들과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연기자 김경숙.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9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에 당선된 김경숙은 소위 말하는 “낙하산”으로 방송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기회가 많았다.
김경숙은 “주변 연기자들이 저를 ‘가자미 눈’으로 보더라. 하지만 이들을 무시하며 연기자로서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열정적이지 않았다”며 “지금 생각하면 미친 게 틀림없다. 돼지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의 가치를 몰랐다”고 돌이켰다.
“저 스스로는 열심히 했는데 주변에서는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라.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렸다. 그런 저를 제가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20대 후반에 호텔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3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했다.
하지만 귀국한 뒤에도 마음을 정착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공을 살려 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이론의 실전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침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35세에 사업가인 남편을 만났고, 1년의 열애 끝에 이듬해 결혼했다.
김경숙이 ‘별난 가족’ 출연을 결심하는 데에는 남편의 응원도 한 몫 했다.
그는 “최근에는 꽃등심도 사주더라. 남편이 한창 사업할 때는 제가 섬겼는데, 지금은 상황이 뒤바뀐 것 같다”며 웃는다.
“지금이야말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느낌이다. 매일이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소중함 모르고 흘려보낸 세월만큼 주름만 늘었지만 아직 시술의 힘을 빌리진 않는다. 하하!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