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사회부
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 필기시험 합격자 번복과 관련해 25일 중앙소방학교가 내놓은 해명이다. 청년 10명의 운명을 가를 뻔한 사고의 이유가 단순한 ‘클릭 실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응시자 수천 명의 성적 데이터를 담당자 한 명이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입력한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전체 채점 과정의 전산 처리가 불가능하다면 입력 과정에 실수는 없는지 반드시 재검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소방학교 인사채용팀 직원 8명 중 누구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자 발표 하루 뒤인 22일 불합격 응시자 3명이 확인을 요구하기 전까지 중앙소방본부는 채점 오류 사실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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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및 구급학 전공자 462명을 뽑는 이번 경력채용의 지원자는 2625명. 21일엔 시험 결과를 확인하려는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구직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합격이 번복된 응시자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소방공무원 채용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번복 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최근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을 의식한 듯 “외부 침입이나 해킹 흔적은 없다”고 강조했을 뿐 응시생들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었다. 홈페이지에 정정 공지한 합격자 명단 게시물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안전처는 “담당자의 고의 조작 여부를 감찰하고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 데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담당자 개인의 실수로 문제를 축소한다고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 조직 신뢰를 떨어뜨린 ‘주범’은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해 온 조직 자체라는 점을 안전처와 중앙소방학교만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성민·사회부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