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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Dining3.0]‘내 가족이 먹는 음식’으로 그룹총수들 입맛 사로잡다

입력 | 2016-04-20 03:00:00

태평하게 반복하는 삶도, 메뉴도 No!
경력 40년의 아워홈 외식브랜드 ‘싱카이’ 이휘량 총괄셰프
‘소통의 주방’ 창의적 분위기 조성… “건강메뉴 개발 계속됩니다”




싱카이 이휘량 총괄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싱카이 광화문점 매장 전경.

“여기는 OO그룹 회장실입니다. 오늘 이휘량 셰프님 출근하셨습니까?”

싱카이 광화문점으로 걸려온 예약전화 수화기 건너에서 들려오는 멘트다.

유명 정치인과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단골고객인 싱카이 이휘량 셰프는 1978년 중식업계에 입문해 힐튼호텔과 롯데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광동식 사천식 상해식 북경식 등 중국 4대 요리를 두루 섭렵한 중식 명장이다. 2011년에는 전세계 중식 요리사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만국제요리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한 그는 2010년 아워홈과 인연을 맺어 아워홈이 운영하는 중식 외식 브랜드 ‘싱카이’와 ‘케세이호’ 전 지점의 메뉴를 총괄 관리하는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7년 호텔 셰프 청산하고 아워홈에서 인생 2막


싱카이 이휘량 셰프의 대표메뉴‘비취탕면’(위쪽)과 ‘수제왕군만두’

17년간 호텔 셰프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가 보장된 길을 뒤로 하고 아워홈을 선택한 이유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태평하게 반복되는 호텔에서의 삶이 나태하게 느껴졌다”고 이 셰프는 회상했다. 17년 만의 휴가를 반납하고 2주 만에 아워홈에 입사한 이 셰프는 2년여 걸쳐 정통 중식 파인다이닝 브랜드 ‘싱카이’와 캐주얼 중식 브랜드 ‘케세이호’ 전 지점의 모든 메뉴를 손봤다.

그가 근무하는 싱카이 광화문점에서는 휴식시간인 오후 3시마다 직원회의가 열린다. 당일 점심 영업 중 고객의 반응을 중간 점검해 음식 맛과 전체적인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홀 직원들을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한다. 이 셰프는 식사 후 주방으로 되돌아오는 요리 하나하나를 모두 먹어본 후, 해당 메뉴는 바로 회의시간에 조리해 모든 직원이 다시 먹어보게끔 하고 있다. 당일의 음식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조리 과정상의 미흡한 점이 있는지를 즉각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깐깐한 교육방식은 선배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 너머 곁눈질로 익혀뒀다가 쉬는 시간에 몰래 연습해가며 요리를 배워야만 했던 이 셰프 본인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셰프는 “기업에서는 훈련과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일반 레스토랑보다 훨씬 많고 내부적으로 요리사 집단이 형성되다 보니 정보 공유와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이 쉬운 환경이 마련된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아워홈은 메뉴 개발과 조리사 인력의 훈련을 위한 식자재 공급 및 전문 조리시설을 갖춘 교육장 운영, 사내 메뉴개발 경진대회 정기 개최 등 고급 요리사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셰프는 “이러한 선순환의 시스템 속에서 후배들이 끊임없는 능력 검증과 동료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자기계발과 성장의 보폭을 넓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 가족이 먹을 음식처럼” ‘고급 건강 중식’ 개발


싱카이 메뉴판에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각 지점의 메뉴 리스트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 싱카이를 포함한 아워홈의 외식 브랜드들은 표준 매뉴얼에 따르는 공통 메뉴뿐만 아니라 셰프 각자의 노하우와 손맛이 살아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지점별로 차별화하여 선보이고 있다. 이 셰프는 “기업형 레스토랑의 안정되고 수준 높은 품질과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개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워홈 외식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셰프가 이끌고 있는 싱카이 광화문점의 시그니처 메뉴는 ‘딸기안심탕수육’과 평균길이 21cm로 시선을 붙잡는 ‘수제왕군만두’ 두 가지. ‘딸기안심탕수육’은 바삭하게 튀겨낸 소고기 안심과 싱싱한 생딸기로 살린 새콤달콤한 소스 맛으로, ‘수제왕군만두’는 향긋한 부추와 육즙 가득한 만두소와 바삭한 만두피의 최상의 조합으로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중식요리 경력 40년의 이 셰프는 막내뻘이 담당하는 식재료 검수에서부터 최종 플레이팅까지 요리의 전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했다.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게 그의 요리철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딸기안심탕수육’은 이 셰프가 해외유학 중에 잠시 귀국한 자녀들을 위해 집에서 탕수육을 만들다가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시험 삼아 딸기를 소스에 넣어본 데에서 출발했다. 이 셰프는 일반적으로 탕수육에 쓰인 돼지고기 대신 값은 비싸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더 오래 유지되는 소고기 안심을 식재로 선택했다. 후배 요리사들과 함께 수많은 테스트와 의견 교환 과정을 거쳐 ‘딸기안심탕수육’을 완성해나갔다.

이 외에도 싱카이 메뉴판에 올라 있는 클로렐라 면에 시금치로 국물을 우려낸 ‘비취탕면’, 다채로운 봄철 나물을 이용한 ‘춘한전석’ 코스, ‘사천식장어면’ 등도 ‘건강한 중식’을 선보이기 위한 싱카이 요리사들과 함께 일궈낸 노력의 산물이다.

싱카이 광화문점의 상징이 된 이 셰프는 “정통 중식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고급 중식을 선보이고자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품질 좋은 한식 제철 식재료와 접목해 칼로리와 당도를 낮춘 건강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