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맛/알랭 코르뱅 외 지음/길혜연 옮김/332쪽·1만6800원·책세상
사람들은 비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스탕달은 “질척하고 고약하고 밉살스러운 비”라며 싫어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그것이 식물에 좋다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라며 찬양했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비오는 날, 파리의 거리’. 책세상 제공
#2. 1790년 7월 14일, 바스티유 함락 1주년을 기념해 파리에서 열린 축제에서는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시민들은 의기소침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빗물에 흠뻑 젖은 병사와 시민들이 함께 춤추기 시작한 것. 악천후도 혁명에 대한 열정을 억누를 수 없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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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그 형태의 신비스러움으로 인해 예술가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오스카 와일드는 에세이 ‘의향’에서 안개를 야수에 비유한다. 클로드 모네는 템스 강의 안개가 사물의 윤곽을 지우는 순간을 포착하려 애썼다. 모네는 “이 엄청나게 멋진 광경은 고작 5분간 지속될 뿐이오! 미칠 노릇이지!”라며 안타까워한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이 실패한 데 혹독한 추위가 한몫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빅토르 위고는 시 ‘속죄’에서 1812년 겨울 나폴레옹 군대가 러시아에서 눈을 맞으며 회군한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늘은 굵은 눈발로 소리 없이/이 거대한 군대를 위한 거대한 수의를 지었다.’
‘시민왕’을 자처한 루이 필리프 1세는 1831년 도열한 병사들이 비를 맞고 있자 망토를 쓰는 것을 거절하고 함께 비를 맞았다. 모든 프랑스인은 자연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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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기상 이론의 초안’을 펴낼 정도로 날씨에 관심이 많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 로테와 짜릿한 춤을 출 때 ‘그녀와 함께 공중의 뇌우처럼 날아오르다니!’라며 환호한다.
항상 곁에 있기에 무심코 지나쳤던 날씨라는 존재를 감성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제작비 때문에 풍성한 그림과 사진이 흑백으로 인쇄된 점은 다소 아쉽지만 보는 즐거움이 크게 반감되지는 않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