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과거 연인’ 주장 여성… “힐러리, 첼시 임신전 수차례 낙태” 낙태 찬성하던 트럼프 “처벌 필요”… 비난 쏟아지자 “여성도 피해자” 해명 힐러리 “트럼프 주장 끔찍해” 비판… 자신 낙태 여부엔 언급 안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최근 상대방의 부인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낙태 여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이던 1983년 3개월간 그의 연인이었다고 주장해 온 여성 샐리 밀러는 지난달 30일 “힐러리가 여러 차례 낙태를 했다”고 주장했다. 1958년 ‘미스 아칸소’로 뽑혔던 그는 이날 온라인 사이트 ‘더 아메리칸 미러’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외동딸인) 첼시를 임신하기 전 여러 차례 낙태를 했다. 하지만 ‘부부가 정치권에서 성장하려면 아이를 가져야 하며 그래야 힐러리의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빌이 힐러리를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밀러는 “힐러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같은 페미니스트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 외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힐러리의 낙태 이야기를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전해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에선 1973년 대법원이 여성의 사생활 보호 권리를 인정해 낙태를 합법으로 판결한 후 지금까지 낙태는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힐러리는 이날 트위터에 “(낙태와 관련해) 트럼프의 주장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지독하다”고 비판할 뿐 자신의 낙태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공화당 선두 주자가 수치스럽다”고 가세했다. 트럼프의 경쟁자인 크루즈 캠프의 브라이언 필립스 대변인은 트위터에 “(트럼프의 주장을) 심사숙고하지 마라. 그는 낙태 반대주의자가 아니므로 낙태 반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장이 확산되자 트럼프는 이날 오후 늦게 성명을 내고 “(낙태와 관련해) 여성과 배 속에 있는 생명은 피해자인 만큼 오직 의사의 낙태 시술을 불법화해야 한다”며 말을 180도 바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