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김무성 대표의 거부로 정식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못했다. 대신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만이 간담회 형식의 최고위를 열었을 뿐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김 대표와 같이 가기 어렵다’는 막말까지 나온다. 공천관리위 외부 위원들이 전날 김 대표의 ‘공천 비판’ 기자회견을 문제 삼아 회의를 보이콧하는 바람에 공관위도 중단됐다. 친박 지도부가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단칼에 거부했다. 비박계 의원 일부는 친박계에 맞서기 위해 의원총회를 추진하고 있다. 당이 두 동강 날 듯하다.
내전(內戰)을 방불케 하는 사태의 1차 책임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있다. 당헌 당규의 상향식 공천 원칙을 무시하고 예외적으로 적용해야 할 단수와 우선추천을 원칙이나 되는 것처럼 밀어붙였다. 이 위원장은 친박을 뒤에 업고 친이명박계와 유승민계 위주로 탈락시키고, 친박계와 진박(진짜 친박) 예비후보를 대거 공천했다. 과거 2008년과 2012년 총선의 친박과 친이 학살 때도 이 정도로 명분 없이 하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표라도 독립기구인 공관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의를 요청하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일방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공개 최고위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공관위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분란을 일으키려는 언론 플레이나 다름없다. 최고위를 멋대로 연기한 것도 독단이다.
김 대표는 2014년 10월 ‘개헌봇물론’ 발언부터 최근 살생부 논란까지 몇 차례 박 대통령과 친박에 맞서다 30시간도 못 돼 물러서곤 했다. ‘30시간 법칙’이란 말이 그 바람에 생겼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자초했다.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듯한 여당 공천에 국민은 크게 실망했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런 상태라면 선거 뒤 집권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각한 난맥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김 대표는 더는 “정치생명을 걸겠다”라는 말도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