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스포츠부
더욱 놀라운 것은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외치며 2013년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감사와 조사에서는 이 같은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3년 특별 감사를 통해 대한복싱협회 등 10개 단체를 수사 의뢰하고, 11개 단체에서 19명을 형사 고발했다. 대한야구협회 등 18개 단체에서 부정하게 집행된 공금 15억 원가량을 환수 조치했다.
그러나 당시 수영연맹에서 적발한 비리는 단 한 개였다. 그것도 공금 횡령이나 금품 상납 비리가 아닌 다이빙과 수중발레 대표 선발 과정에서 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임의로 회장 결재를 받아 선수를 선발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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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체육단체에 대한 이전의 감사와 수사가 수박 겉핥기로 이뤄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훈련비 횡령 등이 적발된 대한사격연맹과 대한승마협회에 대해서도 곧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정부의 부실 감사에는 체육계의 잘못된 인식도 한몫했다. 수영연맹의 한 임원은 “수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밥그릇이 깨질까 봐, 학부모는 행여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봐 연맹 핵심 임원들의 행태를 관행으로 여기고 침묵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영연맹의 간부가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될 때도 돈을 준 학부모와 수영인들이 관행을 이유로 진술을 꺼리는 바람에 윗선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이뤄지지 못했다.
오랜 세월 권력을 쥔 소수 임원들이 관행이라는 탈을 쓰고 제왕적으로 단체를 운영해 온 것은 비단 수영연맹만이 아니다. 따라서 뿌리 깊이 박힌 비리의 근절을 위해서는 체육계 전체가 먼저 관행이라는 벽부터 부숴야 할 것이다.
유재영·스포츠부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