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들한테 자기가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가 많다. 나 역시 나를 ‘소설 쓰고 있는 김미선입니다’라며 내가 하는 일과 내 이름을 분명히 밝히건만 사람들은 나를 ‘목발 짚은 여자’로 기억하며 여성 장애인이란 딱지를 붙여버린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남성 장애인의 취업률이 46.3%인 데 비해 여성 장애인의 취업률은 22.8%에 불과했고, 월평균 임금 또한 남성 장애인이 180만 원인 반면 여성 장애인은 74만 원에 그쳤다. 여성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도 많은 차별을 받으며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성 장애인은 장애인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복지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여성 장애인은 고위직에 발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 장애인비례대표로조차 선택받지 못했다. 장애인 의회정치 역사 20년 동안 여성 장애인 국회의원은 3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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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소설가
▼‘이생망’이란 말은 이제 그만▼
요즘 유행하는 표현 가운데 ‘이생망’이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준말이다. ‘이생망’ 외에도 현 세대를 풍자하는 ‘고용절벽’ ‘취업빙하기’ ‘헬(hell)조선’ ‘탈(脫)조선’ ‘N포세대’ ‘수저론’ 등 하나같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용어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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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올해 첫 졸업생 79명을 배출한 폐교 위기의 한 지방 마이스터고등학교가 100% 취업 성공신화를 썼다는 기사를 접했다. 쇠락해가는 서울의 한 골목에 몇 년 전부터 뜻을 같이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패기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음식점 등 다양한 점포를 열고 노력해온 결과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고 그 영향으로 주변 점포들까지 덩달아 매출이 오른다고도 한다.
냉소와 자포자기적 용어 ‘이생망’ 대신 ‘이생흥’(‘이번 생은 흥할 것이다’의 준말)을 말하는 청년이 우리 주위에 더욱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두 딸의 장래가 걱정된다. 그러나 조바심이나 걱정 대신 그들을 믿고 마음으로나마 응원의 함성을 힘차게 외칠 것이다.
김은경 서울 동대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