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이전계획 발표 잇따라
최근 삼성 롯데 두산 등 서울 강북에 거점을 둔 대기업들이 잇달아 강남권으로의 사옥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새로 조성된 외곽 택지지구에 대규모 빌딩을 지어 계열사를 입주시키거나 강남의 ‘신도심’으로 사옥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자산 매각과 사옥 재배치를 동시에 추진 중인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1월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생명 사옥을 부영그룹에 판 것을 시작으로 일대의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을 서초구 서초동의 삼성타운으로 옮길 예정이다. 태평로의 그룹 본관도 매물로 내놓았다.
올해 1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의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서울 중구 도심에 있는 롯데그룹 본부와 계열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잇단 ‘강남행’은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모아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측면이 크다. 업무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들을 한데 입주시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다. 2021년 하반기(7∼12월)에 완공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강남구 삼성동)’에 전 계열사를 입주시킬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추세는 강북 구도심의 노후·과밀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라 대기업들이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도 사옥 이전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사옥 용도가 달라지거나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줄어 불가피하게 사무공간을 통폐합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빌딩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교·분당 신도시 등의 ‘프라임급 오피스’ 시세는 강북 도심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수서발 고속열차(SRT), 신분당선 연장선 등 대규모 개발 호재가 많은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대기업 본사가 움직이면서 전통의 중심업무지구(CBD)이던 강북과 베드타운인 강남 주변 도시의 위상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이전은 대도시권의 위성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춘 ‘에지시티(edge city)’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제조업 산업단지 등이 없는 외곽 지역에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큰 회사들이 입주하면서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반쪽짜리’ 신도시들이 활력을 얻고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두산그룹 이전으로 유발되는 경제 효과는 2156억 원, 연간 세수 진작 효과는 110억 원에 이른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