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테러방지법 15년만에 국회 통과… 오해와 진실
오랜만에 본회의장 들어온 새누리 필 리버스터가 192시간 25분 만에 끝난 뒤 2일 오후 9시 반경 속개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낸 테러방지법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국회는 15년 만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기에는 테러방지법 자체 조항보다는 정보수집 권한이 커지는 국가정보원의 ‘흑역사’ 탓이 크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사건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팀을 운영했음을 실토한 2005년의 불법 감청 사건 등이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떠도는 괴담에는 검증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Q.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국민 누구나 ‘테러위험인물’로 규정될 우려가 있나.
광고 로드중
Q. 국정원이 영장 없이 테러위험인물의 휴대전화나 카카오톡 등 일반인의 메시지를 감청할 수 있나.
A. 없다. 법원의 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신비밀보호법 7조에 따르면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에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같은 법 8조상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의 실행 등 긴박한 상황일 경우 긴급 감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36시간 이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으로 무제한 감청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기 이전에도 가능했던 셈이다.
Q. 국정원이 직접 감청장비를 가지고 감청하나.
A. 아니다. 국정원이 법원에서 받은 허가서로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에 감청을 의뢰해 자료를 건네받는 방식이다. 국정원은 “현재 감청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02년 3월 관련 장비를 모두 폐기 처분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정원이 직접 감청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지난해 7월에도 국정원이 이탈리아 보안업체인 ‘해킹팀’에서 도·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Q. 국정원이 마음대로 금융거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나.
광고 로드중
Q. 테러방지법이 시행되면 테러 진압에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나.
A. 아니다. 테러방지법(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발의)에는 군 병력의 지원과 관련한 조항이 아예 없다. 지난해 2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에는 ‘테러로부터 국가중요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군 병력 또는 향토예비군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테러로 간주된) 시위 진압에 군대가 동원될 수 있다’는 괴담이 돈 것이다. 그러나 ‘주호영 안’이 통과되면서 ‘이병석 안’은 사실상 폐기됐다.
Q. 국정원이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 정보 수집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 이를 제어할 장치가 있나.
A. 여야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에 따라 테러방지법에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을 안전장치를 일부 반영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배치하도록 했다. 또 일반 국민을 테러범으로 몰아 정보를 수집할 경우 형법상 날조·무고죄보다 가중 처벌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야권은 “인권보호관 1명이 국정원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