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휘청거리는 주식시장
4년 반 만에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까지 발동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미국도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바이오 제약주에 떨어진 매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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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스닥이 12일 장중 한때 8% 넘게 폭락하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몸살을 앓은 끝에 전날보다 6.06% 하락한 608.45에 마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이날 코스닥지수 종가와 하락폭(―39.24)이 표시돼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매매가 재개되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으며 낙폭을 6%대로 줄여 나갔지만 급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닥 상장종목 1158개 중 1007개(87%),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95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769억 원, 44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매물 폭탄은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등 그동안 ‘성장주’로 주목받은 업종에 집중됐다. 이들 업종은 그동안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으며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적일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대거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11.66%)을 포함한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10.32% 폭락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 불안감에 성장 프리미엄이 사라지자 그동안 고평가된 종목 위주로 내렸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옐런 의장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
글로벌 증시는 이날 ‘마이너스 금리’ 공포에 짓눌렸다. 11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언급한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연준이 미국 경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해석되자 금, 국채,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일본 증시에서는 또다시 뭉칫돈이 빠져나가며 닛케이평균주가를 4.84%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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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에 시장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증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보의 설문조사에 응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명은 다음 달까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1,800∼1,850에서 저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 수준과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1,800 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유럽, 일본에 이어 미국도 리스크(위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복합 리스크가 작동하고 있어 주가 하락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주가가 빠질 요인은 많은 반면 상승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분기(4∼6월)까지는 주가 상승률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결과를 확인한 다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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