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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 대선]첫 경선부터 “무효… 재검표” 불복

입력 | 2016-02-05 03:00:00

아이오와 코커스 놓고 진흙탕싸움




미국 대선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나자마자 경선 불복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코커스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등 진흙탕 싸움의 주역으로 나섰다.

트럼프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경선에서 사기를 쳤기 때문에 실격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루즈는 승리한 게 아니라 승리를 도둑질했다. 경선 결과를 무효화하거나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사기’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크루즈 측이 경선 도중 아이오와 주 당원들에게 보낸 e메일 때문이다. 크루즈 측은 메일에서 “긴급 뉴스다. 벤 카슨이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캠페인을 중단하고 다음 주에 중대 발표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실을 카슨 지지자에게 알려 크루즈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해 달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벤 카슨은 경선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고, 그런 뉴스가 보도된 적도 없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카슨은 아이오와에서 9.3%를 득표해 4위에 그쳤다.

크루즈의 ‘오보’ e메일은 CNN 보도가 발단이 됐다. CNN은 1일 “카슨이 코커스 직후 (다음 경선지인) 뉴햄프셔 대신 플로리다로 가 잠시 쉬면서 옷을 갈아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루즈 측은 이 보도를 보고 카슨이 경선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유권자들에게 e메일을 보낸 것이다. 크루즈는 2일 카슨에게 사과했다.

크루즈는 트럼프의 공격에 대해 3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기대했다가 안 되자 트집을 잡고 있다”며 “다섯 살, 일곱 살 난 두 딸에게 트럼프보다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해줄 것”이라고 조롱했다.

민주당도 아이오와 후폭풍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0.2%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뒤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을 지지하는 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날 ‘동전 던지기’로 대의원 배분을 결정한 것을 문제 삼으며 재검표 요구까지 하겠다던 샌더스는 한발 더 나아가 4일 예정된 TV 토론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소속으로 경선에 출마해 지난해 11월 뒤늦게 입당한 샌더스는 그동안 “당 지도부가 TV 토론회 방식을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그러다 민주당이 박빙의 표차를 ‘클린턴의 승리’로 발표하자 작심하고 TV 토론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3일 CNN 주관 타운홀 미팅에서도 ‘진보의 정체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샌더스가 “월가에서 15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지원받는 진보주의자는 없다. 클린턴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난 내가 어디 서 있는지 안다. 샌더스가 좀 야비한 것 같다”고 되받아쳤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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