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평화협상 대표격인 전·현직 외교장관이 함께 한국에 나타났다. 외교부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예멘의 미래’ 토론회에는 예멘 정부를 대표하는 압둘말릭 알미클라피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반정부 성향인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 측의 아부바르크 압둘라 알키르비 전 외교장관이 나란히 앉았다.
지난해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1, 2차 평화 협상이 결렬되고 올해 1월 14일 재개 예정이던 3차 협상은 사우디-이란 갈등으로 지연되는 가운데 한국이 대화 주선에 나선 것. 한국은 올해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중동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예멘 특별세션을 통해 정부·반정부 대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9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정부를 전복하면서 촉발됐다. 민간인 희생자가 6000명을 넘었고 인구의 80%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 내전은 이슬람 수니·시아파 대립에 따른 것으로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도 있다. 핵문제 타결과 제재 해제로 ‘기회의 땅’이 된 이란과 이에 경계심을 느끼고 ‘대국기질’을 발휘하려는 사우디의 충돌이 예멘 사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 대립이 첨예한 만큼 해결책 모색이 절실하고 이에 따라 그 기회를 마련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양측 당사자 모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스마일 오울드 셰이크 아흐메드 예멘 파견 유엔특사는 “이번 행사가 예멘 사태를 끝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얘기할 기회를 만들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