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매 실종된 수도권 2기 신도시
위례신도시 아파트들의 입주가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대다수 단지의 입주율이 절반을 밑돈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 역시 20일 현재 약 90%가 빈집이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하반기(7∼12월) 완공된 위례·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입주민을 찾지 못해 빈집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웃돈 과세(취득세 부과) 등으로 이 지역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거래가 뜸해지자 전세금도 떨어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래미안 위례신도시’ 전용 101m² 전세금 시세는 4억∼4억5000만 원이다. 완공 이전인 지난해 8월(5억∼5억5000만 원)보다 약 1억 원 떨어졌다. 알파리움 역시 지난해 8월 7억5000만∼8억 원에 전세가 나왔지만 지금은 6억 원 초반 매물도 많다.
상반기(1∼6월) 입주를 앞둔 일부 단지에서는 완공 전 부랴부랴 집을 팔려는 움직임도 있다. 완공된 단지들의 입주가 더딘 것을 본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 원 낮춰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분양권 웃돈에 취득세를 매긴다는 정부 방침까지 알려지면서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초기 입주율이 낮은 이유를 지난해 이곳에 몰린 투자 수요에서 찾는다. 주택경기가 살아나자 매매 차익을 얻기 위해 분양권을 산 투자자가 많았지만 입주 의사가 있는 집주인은 전체의 절반 미만이라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초 5000만 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을 샀던 주부 이모 씨(54·여)는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고 장지동(서울 송파구) 등 주변 시세보다 낮게 전세를 내놓았지만 완공된 지 두 달이 넘도록 문의가 없다”며 “결국 대출을 받아 잔금을 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지역에서 거래된 분양권 시가총액은 약 7조3400억 원으로 전년(4조 원)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위례신도시 거래액이 약 2조1000억 원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은 “대출을 끼고 비싼 값에 분양권을 산 집주인이 많아 전세금을 더 낮추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입지가 좋은 단지는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전세 거래가 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은 상반기 내내 입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