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2년여만에 사실상 마무리 40여년간 ‘씨앗산업’ 한우물… 동양사태 이후 계열사 무더기 매각 2016년은 시무식도 신년사도 없어, 재계 “유일 창업1세대… 재기 기대”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4000자에 가까운 신년사를 통해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스스로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애착을 보였던 동부팜한농마저 결국 매각되자 그는 더 이상 ‘구조조정’을 입밖에 꺼내지 않고 있다.
○ 기나긴 구조조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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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시작은 2013년 10월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 회사채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평균 두 계단 이상씩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동부그룹을 한진그룹, 현대그룹과 함께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지목했다. 그해 12월 김 회장은 주채권 은행이었던 산은에 구조조정의 전권을 위임했다.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이 난항을 겪었고 포스코에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딜’도 무산됐다. 연이은 실패에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까지 내려갔다. 결국 기업재무구조 개선 중인 동부제철과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동부건설을 포함해 40개 회사가 김 회장의 품을 떠났다. 그가 그토록 아끼던 씨앗산업도 동부하이텍만 남고 동부제철과 동부팜한농은 계열 분리됐다.
○ 동부 구조조정에 대한 엇갈린 평가
김 회장은 채권단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면서도 자신의 실책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그는 “핵심설비 조업 불안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금융시장 등 재무환경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해 그룹이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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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가까스로 지켜낸 금융계열사들과 동부대우전자, 동부하이텍 등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은 현재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창업 1세대”라며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지만 현재의 위기를 딛고 반드시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