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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북 확성기 재개, 북핵 문제를 남북이 논의할 기회다

입력 | 2016-01-09 00:00:00


정부가 어제 낮 12시부터 최전방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을 응징하는 우리 정부 차원의 첫 조치이고, 작년 8·25 남북합의에 따라 중단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마침 어제 김정은의 32회 생일을 맞은 북이 향후 ‘최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군사 도발할 경우 우리 군은 3∼4배로 즉각 응징할 방침임을 밝혔다.

심리전(戰)의 일종인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아킬레스건’이다. 작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북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제의했다. 8·25 합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돼 있고 북의 4차 핵실험은 명백한 비정상적 사태다.

이번 확성기 방송 재개는 작년 8월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지뢰 도발이 발단이었기 때문에 남북이 타협해 사태를 일단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핵실험 강행과 연계시킨 것이어서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기까지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강수를 둔 셈이다. 지금까지 북은 핵 문제가 북-미 간 논의할 사안이지 한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작년에 접촉을 제안했던 북의 김양건 당 비서는 최근 급사했다. 8·25 합의 당사자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다시 접촉할 필요가 있다. 김 실장이 북의 핵실험을 직접 따지고, 확성기 방송 재개가 불가피했음을 밝힌 뒤 북이 중단을 원하면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해야 한다. 북이 확성기 방송을 어떻게든 중단시키고자 하는 것을 고리로 삼아 북핵 문제를 남북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을 보좌하는 김관진-황병서 라인은 현 위기가 통제 불능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 실장이 먼저 북에 접촉을 요구하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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