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면, 둥근면에 비해 부드럽고 잘 넘어가 … 태국식, 자극적이고 향미 진해
베트남은 풍부한 수량을 갖춘 강이 곳곳에 흘러 논농사를 짓기에 최상의 환경을 갖췄다. 전국민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대표적인 농업국가로 쌀은 연간 최대 3모작까지 가능하다. 베트남의 쌀 생산량은 전체 농업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같은 환경 덕분에 예부터 베트남에서는 쌀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해 왔다.
베트남 쌀국수는 소고기에 계피, 향료 등을 넣고 소고기 편육을 얹은 ‘퍼보(Pho bo)’와 닭고기를 고와 만든 ‘퍼가(Pho ga)’ 등으로 나뉜다. 베트남 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쌀국수가 존재하지만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는 소고기를 이용한 퍼보가 대중적이다.
퍼보는 기본적으로 소고기, 양파, 생강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숙주나물·고수 등을 얹은 뒤 라임즙을 짜 넣어 만든다. 각 지역의 특색이나 넣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족발, 연골, 선지 등을 넣기도 하고 민트나 바질과 같은 향료도 첨가한다. 면은 납작하며 단면은 직사각형에 가깝다. 다른 면에 비해 부드럽고 잘 넘어간다.
쌀국수 맛의 핵심은 육수다. 소고기의 어떤 부위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대체로 베트남 남부 사람들은 달고 기름진 육수를 선호하고, 북부 사람들은 담백한 맛을 즐긴다. 국물이 시원해 아침 해장식으로도 적합하다.
쌀국수는 베트남 전통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즐겨 먹는다. 동남아시아는 밀이 풍부한 동북아시아와 달리 열대지역의 특성상 쌀(인디카, 안남미)을 재배해 이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해 왔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특유의 기후 탓에 독특한 향신료를 첨가해 자신들만의 국수문화를 만들어 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쌀국수는 대부분 베트남식이다. 베트남 요리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기름을 덜 쓰고 진한 소스를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국내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상호를 들여다보면 ‘pho’란 단어는 쌀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포’라고 발음되지만 ‘퍼’가 정확한 베트남어 발음이다.
쌀국수에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는 미나리과 일년초인 ‘고수’(학명 Coriandrum sativum)이다. 서양에서는 ‘코리앤더’(coriander), ‘실란트로’(cilantro, 중국파슬리)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향채(香菜)라 불리며 열매는 구풍제, 잎은 채소나 향료로 쓴다. 중국요리인 오향장육에 곁들이로 나와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중해에서 들여온 실란트를 절에 심어 모기를 쫓거나 채소로 먹을 용도로 길렀다.
고수 이파리와 열매는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 및 복부 가스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돼 있다. 술을 먹은 뒤 속이 쓰릴 때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면 속이 편해지는 것도 알칼로이드 덕분이다.
고수열매 속 휘발성 기름인 리날울(linalool)과 코리안돌(coriandol)은 얼얼하고 매운 향을 가진 게 특징이다. 쌀국수 고유의 향을 내는 것도 리날울이 담당한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