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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銀도 부채 경고…유일호 후보 경제인식 안이하다

입력 | 2015-12-23 00:00:00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은행도 부채 관리의 시급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이 어제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실화가 우려되는 기업부채의 비중(21.2%)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16.9%)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잠재적인 위험이 증가했다”고 했다. 쉽게 말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6월 말 같은 보고서에서 “부채 증가를 통해 생존을 이어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비해 경고 강도가 한층 엄중해진 것이다.

가계부채 역시 가구당 평균 부채가 2012년 5291만 원에서 올해 6181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빚에 쪼들린 베이비붐 세대가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5년 내 주택시장이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공약에서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올해 말 가계부채는 1200조 원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구조조정과 허리띠를 졸라맨 빚 갚기로 기업과 가계부채를 줄여나갔지만 한국은 방치한 탓이다.

사방에서 부채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제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그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당국이 (대책) 발표를 했고 (그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달 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 과잉 양상을 지적했는데도 그는 “주택공급 과잉으로 보지 않는다”고 딴소리를 했다. 유 후보자가 4월 국토부 장관이었을 때 당초 7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의 연장을 주장해 결과적으로 오늘의 상황을 만든 ‘원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그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가계·기업부채 관리를 강조한 마당에 유 후보자가 구조조정에 대한 비상한 의지나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경제학 박사이긴 하지만 “경제학은 사이언스이고 경제정책은 아트”라는 현란한 말로 경제가 정치논리에 좌우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도 불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유 후보자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돌파력에서 최 부총리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는 경기가 더욱 둔화되고 시중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오면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순식간에 경제 전체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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