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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소리 너무 커 청력손상” 美 전현직 소방관 4400명 소송제기

입력 | 2015-12-21 16:34:00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요.’

뉴욕 소방대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전현직 소방대원 4400명이 너무 큰 사이렌 소리에 청력상실등 건강을 잃었다며 일리노이주의 페더럴 시그널 연방신호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21년동안 소방관으로 근무한 뒤 퇴직한 톰 머레이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매년 6000여 건에 달하는 출동을 하곤 했다”며 “이제는 청력을 잃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소송에 참여한 전현직 소방관들은 사이렌 제조사가 거의 매일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 소방대원들을 위한 안전조치에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탑승자들에게는 운전석에서는 직접 소리가 가지 않게 음향분산 장치(diverters) 등을 설치하는 배려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사이렌 소리의 음향이 무려 120데시벨로 록 콘서트의 확성기 수준인데도 회사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제조사 측은 소리를 분산시키면 사이렌의 주 목적인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소방차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에 지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청력보호를 위한 보호 장구 착용을 지원해왔다고 말한다.

앞서 2009년에도 비슷한 소송이 시카고에서 제기됐다. 당시 법정은 페더럴 시그널 연방신호 제작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9명의 시카고 소방관들에게 페더럴 시그널 연방신호제작사 측이 42만5000(약5억원)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이 같은 소송 자체가 그만큼 미국 소방관들의 사회적 위신이나 처우가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소방관들의 경우 화염 속에서 절대적인 안전장비조차 부족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방화복은 확보율이 83%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서 21%는 낡은 것이며 공기호흡기와 헬멧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안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