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를 공적의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가 하면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함으로써 국회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국민은 국회를 불신하기도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첨예한 갈등을 더욱 우려하며 불안해하는 것 같다. 아무리 법안이 중요하다 해도 그 때문에 행정부가 입법부를 지도하거나 지휘하는 자세를 취해서는 곤란하다. 삼권분립의 헌정 체제를 부인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대화와 설득 그리고 협상을 통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소통이다.
오늘날 정국 경색과 불안 원인은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도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법’을 과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린 적이 있는가? 야당 지도자들을 불러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어떻게 위기 극복을 할 것이라고 설득해 본 적이 있는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어가는 모습보다는 쟁점을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국회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고 하기보다는 ‘내 탓도 있소’라고 말할 용기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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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중요한 법안이라면 대통령은 아무리 불편한 상대라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과 소신 그리고 도덕성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 협의, 국회 설득을 통해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덕목이다. 대통령의 역량이 청와대 반경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토의 곳곳에 침투하게 하려면 바로 소통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대통령은 지시적 리더십에 치중하고 있다. 모든 일에 직접 관여하고 지시를 내려야만 한다. 그러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비추어 볼 때 걸맞은 리더십은 관계적 리더십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관계적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이다.
대통령은 신국가주의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국가는 집단선을 행하는 이성적 합리적 존재로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조직이라는 집행부 우위의식이 국가주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신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후반기에 접어들게 된다. 절박감에 사로잡혀 지름길을 찾으려 갈등을 조성하기보다는 여야와 국회 그리고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통팔달의 관계적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