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 교육 논쟁/린다 심콕스, 애리 윌셔트 지음/이길상 최정희 옮김/540쪽·3만5000원·푸른역사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항상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다른 과목과 달리 역사는 여론, 의회, 그리고 지배집단 내에 토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구절을 시작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음이 다소 가벼워진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온 나라가 두 쪽 난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던 차에 역사교육 갈등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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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6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역사교육 논쟁’ 토론회에서 역사, 교육학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각국의 역사교육 논쟁 사례, 올바른 역사교육관, 역사교육 갈등의 해결 방안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역사교육의 ‘역사’부터 이야기한다. 1960, 70년대 세계적으로 ‘역사교육 무용론’이 대두됐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사회과학이 역사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책은 이후의 역사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한다. 카트 윌스 벨기에 루뱅대 교수는 역사교육이 교과서 시스템을 통해 절대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린다 심콕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역사교육은 지역사에서 벗어나 학생에게 세계적, 다중적 시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11명의 학자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역사교육 논쟁의 중심에 정치도, 진영논리도, 학계도 아닌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역사를 단순히 주입하는 것을 넘어 역사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데니스 셰밀트 영국 리즈대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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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