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치명적인 에이즈에 대한 과학의 승리는 “이것은 끝이 아니고, 끝의 시작도 안 되며, 아마도 이것은 시작의 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에 비유할 수 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구상에서 에이즈만큼 파괴적인 전쟁은 없다”고 했다. 34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3600만 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는 지금, 우리는 매우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약으로 에이즈가 ‘만성질환’이 되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약 1000명의 에이즈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 현재 감염자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에이즈 감염자의 평생 치료비용은 개인당 4억 원 정도로 추산되며, 한국에서 에이즈 감염자의 평생 치료비는 총 수조 원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사회의 ‘주변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주로 감염시키는 에이즈의 낙인은 사람들이 이 질병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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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여기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또 하나의 감염 질병이 창궐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장기이식 관련 면역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메더워 경은 “어떤 시대라도 중요한 발견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는 중요한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중대한 감염 질환인 에이즈의 문제는 에이즈 예방 백신과 완치약을 찾고 있는 유럽 북미 일본 중국의 과학자들 대열에 한국 과학자들도 동참하도록 지원하기에 충분한 과제가 아닐까? 한국과 세계는 절반쯤의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에이즈를 치료하고 완치하기 위한 연구와 백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