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어제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거부하고 역으로 ‘혁신 전당대회’를 제의했다.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자는 것은 사실상 문 대표 사퇴 요구이자 현 문 대표 체제에 대한 비토와 다름없다. 문 대표는 “의견을 두루 듣고 판단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으나 안 의원의 역제의를 거부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새정치연합 출범 이후 가지각색의 내부 갈등이 하루도 그치지 않았지만 핵심은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호남 비주류 세력 간 권력 투쟁이다. 호남 비주류 측은 문 대표를 앞세운 친노 주류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해 호남 기반의 신당 창당에 나선 것도 “문 대표로는 안 된다”는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문-안-박 연대 제안도 호남에선 ‘영남주자 연대’로 호남을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본다. 지금까지 주요 고비마다 철수(撤收)를 일삼았던 안 의원이 오늘은 광주를 찾아 자신이 호남 비주류의 대표주자로 나설 것을 천명할 모양이다.
친노 주류 쪽은 호남 비주류 세력이 ‘친노 공천’을 우려해 문 대표를 흔든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은 두 달 전 문 대표의 재신임 파문 때 혁신만 요구할 뿐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지도 않았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재신임을 결의한 당 중앙위 결정을 뒤집는 안 의원의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오는 형편이다. 만약 안 의원의 제안대로 전당대회가 열리고 친노가 똘똘 뭉쳐 문 대표나 다른 친노 주자를 다시 대표로 뽑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안 의원에게 과연 당내 계파 갈등을 청산하고 새누리당의 절반에 불과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역량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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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운운하면서도 실제론 반미(反美)와 반(反)자유무역협정(FTA) 같은 1980년대식 행태에 매달리는 새정치연합은 수권정당의 믿음을 줄 수 없다. 운동권적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제1야당에 누가 대표가 되고,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든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