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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서울 브랜드 ‘I.SEOUL.U’

입력 | 2015-11-06 03:00:00

시민의 손으로 서울 가치 잘 표현 vs 제작 과정도 결과도 문제투성이




지난달 28일 서울시 브랜드 선포식에서 시민심사단과 전문가들이 ‘I.SEOUL.U’가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있다. 동아일보DB

《 서울시가 14년간 사용했던 도시 브랜드 ‘하이 서울(Hi Seoul)’을 대신할 새 브랜드로 ‘아이 서울 유(I.SEOUL.U)’를 선정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나와 당신이 이어져 있다’는 의미라고 하지만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심사단과 전문가의 투표 결과 등을 합산해 이 브랜드를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명사인 서울을 동사로 사용해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이 말을 패러디해 ‘아이 강남 유(길이 막힌다)’ 식의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새 브랜드를 고칠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나아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도시 브랜드인 ‘아이 암스테르담(I Amsterdam)’을 조형물로 만든 것처럼 아이 서울 유의 임시 조형물도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이 서울 유를 둘러싼 찬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시민의 손으로 서울 가치 잘 표현

김유경 한국외국어대 국가브랜드 연구센터장,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贊]‘하이 서울(Hi Seoul)’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 브랜드 ‘아이 서울 유(I.SEOUL.U)’가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새 브랜드가 탄생하자마자 세간에서는 그 진가를 놓고 갑론을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콩글리시이다’ ‘무슨 소리인지’ ‘디자인이 조악하다’ 등으로 갓 태어난 슬로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연 그럴까. 조금 옛날로 돌아가 보자.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240여 개의 지자체 정부는 도시 브랜드 만들기에 전력투구했다. 당시만 해도 도시를 브랜드로 만드는 노력은 혁신에 속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경쟁적으로 촉진되면서 지자체의 브랜드 만들기는 민선 지자체장의 업적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간 의미와 차별성은 물 건너가고, 브랜드 그 자체의 상징성만 강조되는 그야말로 관 주도와 전문가 중심의 작품만이 난무했던 시기로 기억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일반 기업처럼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에 가세했다는 것만 해도 공공재 관리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역사 20년을 맞은 지금, 서울시 브랜드의 새로운 탄생과 그 과정은 가히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브랜드의 변화는 도시 정체성의 진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서울의 참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번 기회에 시민의 힘으로 진행되었다. 이른바 참여형 캠페인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많은 시민들에게 서울은 공존의 도시요, 열정의 도시요, 여유로운 도시로 나타났다. 정부나 전문가에 의한 하향식 주입식 정책 과정이 아닌 순수 시민참여의 의도만 보더라도 이 결과는 최소한 시민들이 바라는 당대의 핵심 가치임에 틀림없다.

이 도시 정체성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이 서울’ 시대의 정적이며 영감의 도시가치를 뛰어넘은 역동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120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서울은 성수기가 되면 유동인구가 2000만 명을 넘어간다. 대한민국의 전략 브랜드요, 문화의 허브요, 쇼핑의 천국이요, 한류의 발원지로 세계인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넘쳐나는, 말 그대로 서울누리다. 이쯤 되면, 이제 서울은 더이상, ‘하이 서울’ 정도가 아니다. 다양한 무리들이 모여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해내는 활동의 공간이자 다채로운 행위를 담아내는 생동의 텃밭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점에서 ‘I.SEOUL.U’는 서울의 도시 정체성과 그 가치를 담아 무언가를 해내야 될 ‘Do Seoul!’의 의미로 새롭게 해석해 내기에 손색이 없지 않은가.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적 가치에 동화될 때 문법의 쟁점을 넘어 새로운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히려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브랜드이니 서울 시민들의 생활과 세계인의 체험 속에 들어가 무궁무진한 담론을 자유롭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 기대가 더 크다고 하겠다.

거대한 서울을 상식과 형식 속에 가두어선 안 된다. 이제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브랜드는 상징과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I.SEOUL.U’는 그 자체가 상징이요, 소통의 채널이자 도구이다. 이제는 의미를 담은 본질, 즉 공존, 열정, 여유의 서울이 주는 갖가지 시나리오와 스토리 가꾸기에 더 주력해야 한다. 다양한 샐러드의 맛과 향이 풍성한 우리 서울의 진면목이 샘솟듯 분출하도록 열린 브랜드로 만들어 가야 한다. 서울 브랜드의 의미와 그 가치를 확산하는 노력 또한 시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서울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체험담을 콘텐츠로 만들어 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서울 시민들의 산고 끝에 출산된 새 브랜드는 그 자체가 완성된 브랜드가 아니기에 함께 키우고 숙성시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시민사회의 매력이요, 협치의 힘이다.






제작 과정도 결과도 문제투성이

이우녕 루시다 옵서버 스튜디오 대표

[反]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I.SEOUL.U’가 서울의 대표 브랜드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시민선정위와 디자인 전문업체 등의 심사와 시민투표를 통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외국인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을 의식해서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사족까지 달았다. 본래 브랜드 이미지는 홍보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의도와 이미지 사이에 개연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해도 의도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새 브랜드의 온갖 패러디가 난무한다. 대부분 억지 연결에 대한 조롱이다.


공모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디자인 전문가와 시민들의 거센 반대를 의식한 서울시는 긴 변명과 반박을 내놓았다. 하지만 브랜드의 의도는 구차하게 변명하는 그런 범주의 것이 아니다. 굳이 설명이 없어도 디자인만으로 공감돼야 한다. 서울시의 반박은 개그맨이 자신의 개그가 왜 재밌는지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보통 디자인 과정에서 지적이 나오면 의견을 수렴해 수정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온갖 논란과 지적에도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제작 과정에 있는 듯하다.


이번 브랜드는 시민 참여와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수많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했다지만 실상은 공모전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보통 디자인 과정은 전문가가 만들고 시민(사용자)이 고른다. 그런데 이번 브랜드 제작 과정은 거꾸로 시민이 만들고 전문가가 골랐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공모한 1만6147개 시안 중 몇 개를 고르고 살짝 다듬었을 뿐이다. 이 많은 것을 보고 고르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3개의 시안이 결정되고 11만여 명이 시민투표에 참여했다. 즉 서울시 브랜드 선정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무려 13만 명에 이르지만 책임지고 완성도를 높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책임이 13만 명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전문가들은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설계를 했다. 하지만 시민투표 과정에서 가운데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별생각 없이 대칭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광화문광장은 도로 한가운데 만들어졌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무들은 송두리째 뽑혔다. 언론의 수많은 질타가 있었고 현재 모든 시민이 그 불편을 감수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디자인은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독특한 분야다. 디자인은 한 번 계획되면 수없이 복제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디자인에서 한번의 실패는 수만 번 혹은 수억 번의 실패와 마찬가지다. 디자인이 한 번 잘못되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등 디자인에 사활을 건다. 브랜드 디자인은 기업이나 기관을 대표하는 얼굴 같은 이미지다.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얼굴을 성형하는 것이다. 이미지는 한 번 실추되면 극복하기 쉽지 않다. 또 브랜드 이미지가 한 번 바뀌면 각종 홍보물과 간판 등을 제작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두 시민의 세금이 쓰인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는 고심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과 또한 너무 빈약하다. 제작 과정과 결과물 모두 마치 신나는 페이스페인팅 같은 놀이 정도로 느껴진다.

재능기부의 아름다운 의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재능기부 대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만약 대기업이 자기 브랜드를 재능기부로 디자인한다고 하면 비웃음을 살 것이다. 얼굴 성형도 마찬가지다. 이번 브랜드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의 얼굴을 성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민의 재능기부 공모전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최고의 의사에게 맡길 것인가?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