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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어디 달고다녀” 짜증보다 배려를

입력 | 2015-11-05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1>함께 만드는 보행문화




난감했다. 버스 막차 시간이 다가와 걸음을 재촉하는데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이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 한가운데서 담배 피우는 사람, 자전거를 세워두고 한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잘 피했다고 생각했다. 순간 “와 진짜 반갑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벽이 생겼다. 덩치 좋은 남성 5명이 눈앞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도로. 양쪽으로는 경쟁하듯 도로를 점령한 가게 입간판들. 피해 갈 수 없었다. 몸을 세로로 세워 무리 사이를 비켜 가려다 한 남성과 어깨가 닿았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남성은 “사과하는 태도가 건방지다”며 몰아세웠다.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인근 파출소까지 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지난달 31일 “순간 화를 참지 못해 시비가 붙은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자동차처럼 사람도 잠시 멈춰야 할 때는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행로를 점령한 갖가지 장애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길 한복판을 점령한 채 한바탕 수다를 떠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입간판을 세우기 위한 가게들의 경쟁에서 비롯된 답답함은 종종 폭행 사건으로까지 번진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올해 3월부터 9개월여 동안 바람직한 보행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선 지키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상인들을 설득해 광진구 맛 거리와 양꼬치 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선을 설정하고 각종 입간판 540여 개 등을 가게로부터 50여 cm 밖에 그려진 선 안쪽으로 들여놓게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상인 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아 분쟁을 줄였고 입간판이 차지하던 도로를 보행자들에게 양보해 보행의 불편함을 줄였다. 캠페인 이후 이 지역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지난해 49건에서 올해는 이달까지 28건으로 42.9%가량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도 차선을 지키듯 사람도 선을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지금보다 갈등이 훨씬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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