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 2’ 12월경 이례적 한일 동시 출간
일본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 판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의 저서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내 출판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시미의 저서들은 국내에서만 100만 권 가까이 팔렸다. 한스미디어 제공
○ ‘미움 받을 용기2’ 한일 동시 출간, 또 다른 신간 판권 경쟁도
‘미움 받을 용기2’가 이례적으로 양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이유는 전작의 대성공 때문.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의 심리학을 현대인에게 적용한 ‘미움 받을 용기’는 교보문고 역대 최장기간(36주) 베스트셀러 1위를 갱신하는 등 국내에서만 70만 부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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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모시기’는 갈수록 과열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9월 발간된 또 다른 신작 ‘살기 힘듦에서의 탈출’의 국내 판권을 놓고 10곳이 넘는 출판사가 경쟁 중이다. 한 출판 에이전시 관계자는 “보통 일본 작가는 300만 원부터 선인세가 시작되는데 기시미는 1000만 원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기시미가 한국에서 대성공한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다. 일본 내 그의 위상은 한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일본에서도 종합베스트셀러가 됐지만 한국보다는 적게 팔렸다. 일본 취재진이 올해 초 그가 왜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지 취재해 갔을 정도.
기시미가 언제까지 국내 출판시장을 독식할지에 대해서도 출판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제는 그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된 상태. A출판사 대표는 “‘살기 힘듦에서의 탈출’을 검토해 보니 기존 저서를 섞어 놓은 수준”이라며 “판권 경쟁을 접었다”고 말했다. 기시미의 책을 낸 B출판사 관계자조차 “아들러를 현대인에게 맞게 소개한 점은 인정할 만하지만 자기복제가 너무 심하다. 새 책을 낼 때마다 예전 책의 내용을 끌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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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사가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는 책을 만들지 못한 탓에 기시미의 저서가 독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D출판사 주간은 “사회적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속칭 ‘빅 싱킹 북(Big thinking Book)’을 낼 만한 대형 출판사들이 기획력 부재와 출판 전략 실패, 대표 교체 등으로 사실상 와해된 상태”라며 “기시미 열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