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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알짜 경영으로 일군 일등품질… 육가공 식자재 강소기업

입력 | 2015-10-28 03:00:00

㈜오뗄, 햄·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만 400여 종
25년 외길 인생이 빚어낸 고품질 입소문에 인기 쑥쑥




김연태 대표의 장남과 차남인 김헌규 부사장(오른쪽)과 김찬규 마케팅팀 대리는 2세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오뗄의 전 제품은 엄격한 위생관리를 거쳐 생산된다(가운데 사진). ㈜오뗄 제공


김연태 대표

불모지나 다름없던 외식업소용 육가공품 시장을 개척하고 25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낸 ㈜오뗄의 김연태 대표. 품질 최우선을 경영 첫머리에 둔, CEO를 꿈꾸는 이 시대 직장인의 성공한 표상이다. 꿈은 그를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언젠가부터 육가공업계에서 ‘일등 경영자’로 각인된 김 대표는 꿈을 묻자 “오뗄을 ‘퀄리티 넘버원’ 식품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체 없이 답했다.



느리지만 쉼 없이 달려온 육가공 인생

가을볕이 청명한 10월의 어느 오후, 서울 송파구 도곡로 오뗄 본사 대표 집무실. 그는 “빨리 가는 게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고 입을 연다. 경영인이나 정치인의 자서전에 흔히 나오는 말이지만,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생생한 경험담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오뗄은 유명 외식업체나 제과점 등에 육가공 식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다. 종업원 수 200여 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육가공 식자재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독보적 위치에 올라서 있다. 400종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해 매출 55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얇은 햄과 소시지, 피자 위에 올라가는 갖가지 토핑을 비롯해 정통 육가공 제품과 독일 마이스터(장인)로부터 전수받은 명품 육가공 제품을 주로 만든다.

‘오뗄(Autel)’은 ‘신께 드리는 신성한 상차림’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신선하고 깨끗한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처럼, 최고 품질을 지향하는 정신은 늘 김 대표에게 채찍질로 다가온다.

김 대표가 지나온 삶의 경로는 육가공 식자재 업계에서 오뗄이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은 여정을 웅변한다. 1978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유명 식품회사에 취업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37년 동안 식품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창업을 마음먹은 것은 1991년. 86아시아경기와 88올림픽을 치른 뒤라 피자를 비롯해 다양한 외국계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국내에 상륙하기 시작했고, 외식산업도 성장기를 맞이했을 시기다. 그는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특수한 햄이나 베이컨과 같은 토핑 종류를 생산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햄, 소시지 등은 많았지만 외식업체에 납품하는 육가공회사가 딱히 없었다. 틈새시장인 B2B를 공략하기 위해 과감히 창업을 결심했다.” 설립 초기엔 당시 일본 최고의 햄 제조 기술 보유자로부터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먹을거리 만드는 사업, 위생이 생명이다

2007년 경기 포천 제2공장 설립 당시엔 국내 최초로 업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는 독일 기업의 스모크하우스를 도입했다. 2011년부터는 일본인 전문가 2명과 자문 계약을 체결해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일본식 선진 육가공제품 신규 개발과 생산 노하우 지도 및 생산현장 위생관리기법, 주요 설비 오퍼레이터 기술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가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위생관리다.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업에서 위생만큼 중요한 ‘기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육가공 제품이 미생물 오염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2003년 중소 육가공업계 최초로 HACCP 인증을 받았다.

위생과 안전을 목숨처럼 여기고 육가공 식자재에 ‘혼’을 불어넣자 대형마트와 제과업체, 국내 유수의 피자 체인, 편의점, 국내외 외식업체 등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코스트코,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CU, GS25, 파리바게뜨,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쟁쟁한 식품·외식기업들이 이 회사의 장기 고객들이다.

더욱 다양해지고 확대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경기 이천에 핫도그, 함박스테이크, 프라이 제품(튀김류) 등 월 500톤 생산능력을 갖춘 냉동식품 공장을 추가로 확보했다. 2500평 대지에 자리 잡은 이천공장은 기존 포천공장과 더불어 생산 및 위생시설과 관리 측면에서 국내 정상급 수준이다.

한편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산학협력업체로 입주해 양질의 식품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대 연구진과 협력해 고품질 고품격 유·육가공 제품들을 새롭게 론칭할 예정이다.



삼부자 육가공 가문… ‘상생’ 담아 미래로

김 대표는 업계의 과당경쟁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정도를 걸었다. 그는 “직원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라는 판단에서 매출만을 위한 무모한 도전을 지양 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회사는 영업·생산·개발·품질관리 등 전 부서에 걸쳐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비중이 높고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를 자랑한다.

“식품제조업은 작은 실수 하나가 기업을 존폐 위기로 내몰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위생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생산현장과 사무실에서 그 뜻을 이해하고 성실히 따라주는 직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뗄은 없었을 것”이라며 200여 명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대표는 식품업체를 운영하면서 겪는 애로사항도 쏟아냈다. 국민 식생활을 책임지는 식품업계는 규제와 단속의 대상이 아니고 육성과 진흥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걸어온 길은 이제 두 아들에게 이어졌다. 맏아들 김헌규 부사장과 둘째 아들 김찬규 대리가 가업을 잇고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김 부사장은 언론인의 꿈을 접고 가업을 이을 결심을 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온 부친의 경영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가 바로 김 부사장이다. 그에게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책임과 사명의 대물림이다. 이를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 약 3년간 식품 관련 대기업에 재직하며 조직생활과 식품업계의 동향을 이해했다. 2009년 오뗄에 정식으로 입사한 이후에는 생산과 사무 등 전반적인 업무를 두루 거치며 밑바닥에서부터 기본기를 다졌다. 2010년에는 프랑스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도 했다. 유럽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차남 김찬규 대리도 “아버지가 이뤄놓은 토대 위에서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나만의 경험과 감각을 결합해 새로운 오뗄의 미래를 그리고 싶다”며 뒤를 따랐다.

김 대표는 “자식같이 키워온 회사를 잇겠다고 나선 두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회사의 초석을 닦는 것이 내 몫이었다면, 고객과 직원 그리고 사회와의 상생을 담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자식들이 이뤄가야 할 숙제”라고 기대했다.

부의 세습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대물림을 우선 생각하는 또 다른 삼부자의 경영사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