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는 법따라 은갈치·먹갈치로 구분 … 가을철 제주산 은갈치가 최상품
업계에선 국내산 갈치 어획량 감소를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인들이 갈치를 찾기 시작하면서 동중국해에서 저인망 어선들이 치어까지 잡아들이는 이른바 ‘쌍끌이 어획’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바다물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2000년대 이후 해외여행 등을 통해 바다물고기를 접하면서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도에서 갈치를 맛본 중국인 관광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갈치를 찾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은 “과거엔 어시장에서 갈치는 떨이로 주는 생선일 만큼 값이 저렴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값이 확 뛰었다”며 “최근엔 수입산도 많이 들어오지만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많이 찾아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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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모양이 긴 칼과 같고 입에는 단단한 이가 촘촘하게 늘어서 있으며 물리면 독이 있지만 맛이 달다’고 갈치를 표현했다.
갈치란 이름은 생김새가 칼과 비슷해 붙여졌다. 과거엔 생김새를 본따 검어(劍魚), 도어(刀魚) 등으로 불렀으며 허리띠와 유사해 대어(帶魚)로도 칭했다. 경상도에서는 아직까지 칼치라고 부르는 사람도 꽤 된다. 영어로도 긴 칼집 또는 휜 단검과 비슷해 스캐버드피시(Scabbard fish) 또는 커틀러스피시(Cutlass fish)로 통한다. 갈치의 꼬리가 머리카락처럼 길다고 헤어테일(Hairtail)로 부른다.
몸이 길쭉하지만 바다 속에서는 물구나무를 선 듯한 상태에서 지느러미를 움직여 헤엄친다.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을 때 ‘갈치배’,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로 자는 잠을 ‘갈치잠’이라 하는 것은 날렵한 갈치의 생김새를 빗댄 표현이다.
갈치는 모성애를 가진 생선으로 유명하다. 암컷은 산란 후 먹이를 먹지 않고 자신의 알을 보호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보호하기 위해 껍데기가 단단한 먹이는 절대로 먹지 않는다. 강한 이빨을 이용해 멸치, 비늘치, 오징어,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사람 시체도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갈치의 식성을 고려했을 때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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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갈치는 전남 목포산이 유명하다. 은갈치에 비해 기름이 많고 맛이 진하며 살은 쫄깃하다. 반면 은갈치는 살이 담백하고 고소하며 파슬파슬하다. 가격은 낚시로 잡는 은갈치가 먹갈치에 비해 비싸다. 또 비싼 은갈치보다 저렴한 먹갈치는 냉동상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맛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수입산은 눈알과 꼬리로 식별할 수 있다. 국산은 눈동자가 검고 흰자위가 희지만 수입산은 안구가 노랗다. 꼬리도 수입산은 국내산에 비해 짧고 굵다.
갈치 중에서는 길이가 수 m가 넘는 산갈치가 있다. 이악어목 산갈치과로 갈치와는 완전히 다른 품종이다. 과거엔 산갈치를 신령스럽게 여겨 잡지 않았다. 최대 1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선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전시관에 전시된 5.2m 산갈치가 가장 크다.
갈치는 다른 흰살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100g당 7.5g)이 높은 편이다. 특히 꼬리와 뱃살(가운데 토막)에 지방이 많다. 지방 대부분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어서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질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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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은 갈치 표면에는 구아닌이라는 은색 가루의 유기염기가 묻어 있다. 갈치를 날로 먹을 때 이를 깨끗이 벗기지 않으면 복통과 두드러기가 유발된다. 은색 가루는 인조 진주의 광택원료나 립스틱 성분으로 쓰인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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