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경제부장
1921년 일제는 자기 나라에서 쓰던 영국 시스템을 한반도에 가져와 차, 사람이 왼쪽으로 진행하는 ‘좌측통행제’를 시행했다. 1946년 미 군정이 우측통행으로 차 다니는 방식을 바꿨지만 걷는 방법은 그대로 둬 ‘차는 오른쪽 길, 사람은 왼쪽 길’이란 어색한 제도가 생겼다.
여전히 MB 정부의 실세였던 강 위원장이 88년 된 관행 바꾸기에 도전했다. 차도 쪽인 왼쪽으로 걷다 보니 뒤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해 치이는 사고가 많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6년여가 지난 지금 우측보행은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습관을 완전히 바꾼 이 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조용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뤄진 개혁 중 하나였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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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선 당황스러울 만하다. ‘절절포’(금융규제 완화는 절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3월 취임 이후 쉴 새 없이 금융개혁을 추진했는데도 낙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계도 임 위원장의 개혁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연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승인하면 24년 만에 은행권에 새 플레이어가 등장해 경쟁이 강화된다. 보험상품 가격규제를 풀기로 한 조치는 업계의 숙원이었을 뿐 아니라 치열한 가격경쟁을 예고하는 중요한 개혁이다.
이런 불일치는 금융개혁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 다른 개혁과 달리 금융개혁은 특정 산업군과 관련된 ‘시장개혁’이다. 여타 개혁에선 정부가 그립을 세게 쥐는 게 효과적일 수 있어도 시장개혁은 규제완화, 경쟁촉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관치(官治)금융’이 현 정부 들어 ‘정치금융’으로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 정치권의 개입이 커지면 개혁이 아니라 퇴보가 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금융권 강성 산별(産別)노조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건 노동개혁 과제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오히려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최우선 개혁과제로 각종 수수료의 자율화를 꼽는다. 정치적 이유로 수수료를 꽁꽁 묶어 놓고 낮은 수익, 차별화된 서비스 부재를 문제 삼는 데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개혁을 보는 시각이 아예 다른 것이다.
모든 개혁이 꼭 요란하게 진행될 필요는 없다. 동시다발적 개혁에 국민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개혁을 우측보행처럼 조용하고도 자연스럽게 성공시키려면 정부가 먼저 권한을 내려놓고 시장의 자율과 경쟁을 촉진하는 게 맞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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