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KAIST 교수, 온도 변해도 ‘리듬’ 유지하는 원리 규명
생체시계는 오후 9시경이 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해 잠을 자게 하고 오전 7시경에는 깨게 만드는 등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화학 반응은 온도가 올라가면 반응속도가 빨라지기 마련이다. 몸에 열이 나거나 여름철에는 수면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체 생체시계는 온도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러한 성질은 1954년 발견됐지만 작동 원리는 60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수많은 생물학자와 수학자가 여러 가설을 발표했지만 번번이 검증에 실패했다.
김 교수는 생체시계의 핵심 단백질인 ‘피리어드2(Period2)’가 분해되는 모양이 특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단백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분해된다. 피리어드2는 빠르게 분해되다가 천천히 분해되다가를 반복하면서 계단 형태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온도가 섭씨 3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인산화 스위치는 피리어드2가 느리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속도를 전체적으로 늦추고, 30도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빠르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식이다.
이 가설은 데이비드 버섭 듀크-싱가포르대 의학대학원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검증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 대학원은 미국 듀크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공동운영한다.
김 교수는 “인산화 스위치를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야간 근무나 잦은 해외 출장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생체시계 이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 ‘멀레큘러 셀’ 1일 자에 실렸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