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10월 2일
연기자들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료는 연예계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인 출연료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게 마련이다. 평균적인 출연료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를 받는 톱스타급 연기자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또 그렇지 못한 연기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역시 우려되기도 한다. 제작진으로서도 전체 제작비 가운데 차지하는 연기자 출연료 비중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또 다른 면에서 연기자들은 일정한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작품을 책임져야 하는 연기자로서뿐 아니라 자신의 연기가 대중에게 미칠 정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2년 오늘, 한국방송연기자협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연기자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이날 경기도 의정부 한마음수련장에서 이순재, 최불암, 김혜자, 이낙훈(1998년 작고), 서인석 등 150여명의 연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단합대회를 연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방송연기자로서 도덕성과 품위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성실히 방송에 임하고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문직업인으로서 자질을 향상하며 ▲서로 단합, 위상과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방송연기자 윤리강령’을 채택, 발표했다.
당시 한국방송연기자협회를 이끈 사람은 노주현(사진). 그해 6월 한진희에 이어 14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연기자들의 주장과 논의 속에서도 일부 스타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늘 문제가 되어 왔다. 당시 방송사들은 일정한 기준의 출연료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별도의 출연료를 요구하며 몸값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