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파브르 사망 100주기… 그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
‘한국의 파브르’라고 불리는 정부희 박사가 버섯에 사는 딱정벌레를 촬영하고 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 한국의 파브르, 벌써 곤충기 5권
“프랑스에 파브르 곤충기가 있다면 한국에는 정부희 곤충기가 있어요.” 정 박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에는 ‘현장파’ 곤충학자의 자존심이 비친다. 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1주일에 2, 3일을 야외에서 보낸다. 곤충의 DNA를 연구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때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서 살아있는 곤충을 찾아 나선다. 곤충 한 종이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는 모습을 수년 동안 관찰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7개 과(科)에 해당하는 곤충을 정리했다.
2010년부터 책으로 펴낸 곤충기만도 5권. 지금까지 곤충을 분류 기준에 따라 설명한 도감이나 특정 곤충의 생태를 소개한 책은 많았지만 우리 땅에 사는 곤충 전체를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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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박사는 지난해 7월 사비를 털어 경기 양평에 2975m²에 이르는 개인 야외 곤충연구소를 마련했다. 파브르가 말년을 보내던 개인곤충연구소와 빼닮았다. 그는 이곳에 곤충의 먹이식물 150종을 심어 찾아오는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장영철 충우곤충박물관장(왼쪽)은 2015년 6월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곤충학술지 ‘계간 곤충’을 발행했다. 충우곤충박물관
파브르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마추어 곤충학자’에 해당한다. 대학이나 기관에 속하지 않고 중등학교의 물리 교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런 그가 이름을 남긴 이유는 자신의 연구를 철저히 글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곤충학자들이 책을 내긴 어려운 법. 장영철 충우곤충박물관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아마추어 곤충학술지 ‘계간 곤충(昆(충,훼))’을 6월 26일 창간해 눈길을 끌었다.
장 관장은 “블로그 등에 신종 곤충을 올렸다가 전문가에게 업적을 뺏기는 아마추어 곤충학자를 위해 그들이 연구한 자료를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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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