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진핑 訪美 전날 공개압박
워싱턴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공언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 방미 전날인 21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워싱턴에선 북한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북-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의 역할 확대를 이끌어낼 좋은 기회라는 관측이 많다. 그레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에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 한미중 3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시 주석도 더 명확하게 북한의 핵 도발에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북핵과 더불어 양국 간 주요 현안도 이번 회담에서 의제에 대거 올릴 태세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핵 외에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중국 내 인권 탄압 △중국의 국내 기업 편향적 경제 정책 △종교 자유 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
특히 중국의 사이버 해킹 의혹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심도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사소한 불만(mild irritation)’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양국 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어디든 자유롭게 항해하고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남중국해 문제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한 치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양국 교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착 상태인 양자투자협정(BIT) 등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회담이 긴장 일변도로만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기후변화 등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고속철, 발전소 등 양국 간에 진행되고 있는 경협 분야 이슈가 워낙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2일 “시 주석 방미 기간에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협약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합의와 협정을 도출해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2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익이 점점 더 서로 얽히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손잡고 세계 현안과 지역 관심사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를 원한다”며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