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前부총리가 말하는 ‘이동통신 진화론’
21일 KT가 개최한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1980년대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던 전전자교환기 TDX 개발에 버금가는 혁신을 지금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T 제공
TDX가 개발된 1986년만 해도 관련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 7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의 TDX 개발은 세계가 놀랄 만한 일대 혁신이었다. 21일 TDX 개발 주역인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봤다.
○ “TDX 개발에 버금갈 만한 혁신 이뤄내야…”
TDX 개발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R&D 투자는 허무하게 날아가는 돈”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오 전 부총리는 “당시는 1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지만 TDX 개발에는 1차에 240억 원, 2차에 560억 원 등 총 800억 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TDX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약 4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보게 됐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이 R&D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10년 뒤인 1996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상용화했다.
이어 IMT-2000(1999년), 4세대(4G) 와이브로(2004년)까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오 전 부총리는 “현재 이동통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힘은 TDX 개발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KT가 맏형 노릇 하고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오 전 부총리는 TDX와 같은 혁신이 탄생하기 위해 ‘KT 맏형론’을 꺼냈다. 지금은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주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KT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을 위해 KT가 R&D 역량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야 한다”면서 “순수 민간 기업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을 KT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부총리는 “그런데 KT가 요즘 맏형 노릇에 다소 소홀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도 KT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오 전 부총리는 “KT의 뿌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냥 민간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KT가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전 부총리는 TDX 개발을 시작으로 ICT 기술 개발이 대한민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가져왔다고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1일 1980∼2013년 유무선 통신의 발전은 64조 km에 이르는 이동거리를 줄여 7847조 원의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485조 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TDX 개발은 전화 1000만 전화회선 돌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석권하며 2014년 4분기 기준 국내 브로드밴드 평균 속도는 22.2Mbps로 글로벌 1위다. 전 세계 평균 4.5Mbps보다 4배 이상 빠르다. 또 2014년 12월 기준 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는 5357만 명으로, 세계 4위다.
오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통신 130년의 역사는 찬란한 기술 개발의 역사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정보 복지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들도 있었다”면서 “최신 기술들을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kky@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