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귀에 대면 전화통화 소리가 들려요”
지난달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한 최현철 최고경영자(CEO), 전병용 최고정보책임자(CIO), 윤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부터)가 ‘팁톡’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찬 채로 손가락을 귀에 갖다 대면 손가락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가 내 귀에만 들리는 기능으로 내년 상반기 판매가 목표다. 삼성전자 제공
시작은 삼성전자 DMC연구소 선임 출신인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32)가 지난해 5월 사내 ‘C-랩(Lab)’ 공모전에 낸 아이디어가 연구지원과제로 당선되면서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분위기를 격려하고 벤처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1991년부터 운영해 온 국내 학·석사 대상 소프트웨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도 이들의 창업 도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 대표가 동업하자고 손을 내민 윤태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34)과 전병용 선임(32) 모두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출신. 대학 시절 서울 강남구 논현로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센터에서 함께 먹고 자며 “우리 언젠간 꼭 창업하자”며 같은 꿈을 꿔왔던 형, 동생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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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본격적으로 현업에서 손을 떼고 꼬박 1년간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술 찾기에 몰두했다. 삼성전자는 C-랩 과제에 선정된 직원들에게 예산과 사무실을 지원하며 자율 출퇴근을 허락한다. 이 기간 동안 보고 과정은 최소화하고 고과 역시 과제 성과에 따라 매겨진다.
최 대표는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을 하면서 원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술 찾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교육받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잘돼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들이 무사히 창업하기까지도 친정인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이 지원했다. 사표 내기 직전 회사는 외부 에인절 투자자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실패해 문을 닫은 스타트업의 CEO를 강사진으로 꾸려 ‘속성 세미나’를 열어줬다. 전 선임은 “회사에서 ‘망하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는 조건을 내걸어준 덕에 아내 등 걱정하는 가족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막 사무실만 차렸을 뿐 특허도 출원 진행 중이고, 회사 로고부터 간판까지 아직 만들어 나가야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원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큰 숲을 보는 느낌”이라며 “다시 회사로 돌아갈 계획은 없고 오로지 성공할 생각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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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