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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남의 불행에 슬퍼하는 일… 사람에겐 그게 가장 중요해”

입력 | 2015-09-15 03:00:00


《 그는 다른 이의 행복을 바라고 다른 이의 불행에 슬퍼하지. 사람한테는 그게 가장 주요한 점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도라에몽 신역’(사사키 히로시·쇼카쿠칸·2014년)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일만 잘하면 됐다.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떤지, 동료들과 관계가 좋은지 나쁜지는 그 다음 문제였다.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성공한 사람이 곧 좋은 사람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2010년 작 ‘공감의 시대’ 적자생존과 부(富)의 집중을 가져온 경제 패러다임이 끝나고 공감(empathy)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이나 다른 물질적인 혜택보다 상사의 배려를 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감정 표현 기술을 가르치거나 인문학 조찬 강의를 여는 회사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공감 능력은 대체 무엇일까. 뜻밖에도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초등학생 노진구의 인생을 바꾸고 그를 도와주기 위해 고양이 로봇인 도라에몽이 미래에서 왔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발간된 ‘도라에몽 신역’은 도라에몽의 주요 이야기를 에세이와 만화 형태로 엮었다. 이 작업을 한 사람은 일본의 광고 카피라이터인 사사키 히로시 씨다.

그는 이 책에서 노진구의 공감 능력에 주목했다. 동네 여자친구인 이슬이가 진구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괴로워하자 그의 아버지는 결혼을 허락한 이유에 대해 다른 이의 행복을 바라고 다른 이의 불행에 슬퍼하는 노진구의 공감 능력을 꼽았다. 공부나 운동을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배려가 없다는 뜻은 남의 처지를 돌봐줄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로에 대한 공감 없이 무한경쟁만 있는 시대는 공멸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도라에몽의 작가는 40년 전에 알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