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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광표]前 장관의 금연일기

입력 | 2015-09-01 03:00:00


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요즘도 금연 잘하고 계시겠지요?”

“메르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텐데, 그때 담배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네요.”

“혹시 요사이 다시 피우시는 건 아닐까요?”

“아 참, 금연일기까지 쓰셨지요. 그런 분인데, 끊으셨겠지요.”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연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금연 얘기다.

그는 지난달 26일 퇴임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였다. 전직 장관의 금연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은 그가 금연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문 전 장관은 올해 1월 담뱃값 대폭 인상을 이끌었다. 당시 담뱃값 인상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였고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거웠다. 담뱃값 인상 며칠 후 문 전 장관은 금연을 선언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일보에 ‘문형표 장관의 금연일기’를 연재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까지 37년간 골수 애연가였다. 문 전 장관과 몇 번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금연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다 보니 남들 앞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고 했다. 퇴근 후 혼자 있을 때 ‘몰래 담배’를 피운다는 얘기였다. 그 솔직한 고백엔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담배를 그렇게나 즐겼던 그가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한 데다 ‘금연일기’까지 연재한다고 했으니 화제가 아닐 수 없었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직장인들의 거리 흡연이 많이 눈에 뜨인다. 곳곳에 모여 집단적으로 담배를 피운다. 여성도 많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올해 초 줄었던 담배 판매율이 다시 늘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달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율은 줄었다는 반론도 있다. 용돈을 타서 쓰는 청소년에게 담뱃값 4500원은 적잖은 부담이라는 말이다. 청소년 흡연인구가 감소한다면 그건 미래의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징후여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간접흡연의 피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담배 위험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금연정책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미래의 흡연율이다. 어린 자녀와 청소년의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 문 전 장관의 ‘금연일기’ 첫 회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아빠가 건강에 안 좋다고 담뱃값 올렸으니, 이제 담배 끊으세요’라고 말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도 ‘이제 아빠 담배 안 피울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해야 할 것 같다.” 금연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의 존재, 특히 어린 자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어린 자녀를 금연의 원동력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해 금연 의지를 다지고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담배 연기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문 전 장관의 ‘금연일기’는 중단되었다. 건강보험료 개편과 연금 논란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보건복지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가 잇달아 터져나와 ‘금연일기’를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금연일기’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일기에 나오는 그의 금연 실천을 따라 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장관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어찌 보면 그의 금연은 보통 사람의 개인적인 일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문 전 장관이 금연에 완전히 성공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물론이고 그가 ‘금연일기’에 썼듯 “더 많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이광표 정책사회부장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