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귀금속도매상가 가보니
손주 돌반지를 사러 온 채모 씨(63·여·경기 남양주시)는 “금값이 많이 내렸다는 말을 듣고 금제품을 사러 왔다”며 “지금 사두면 가격이 오를 거라고 해서 일부러 반지 2개를 샀다”고 말했다. 2011년 9월에 3.75g(1돈)짜리가 30만 원 금까지 치솟았던 순금 돌반지 값은 현재 20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 주변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53)는 “골드바나 돌반지 시세를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몇 년 전엔 비싸서 찾지 않던 돌반지 판매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12개 시중은행과 귀금속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골드바가 3024kg이 팔렸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1383kg)을 이미 크게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쌀 때 사두자’는 저가매수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가 겹치면서 최근 금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미니골드바 등 소액투자로 서민들도 ‘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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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의 한국금거래소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금제품을 안내하며 금 시세가 표시된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 매장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제공
금리는 낮고 주식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큰손 투자자는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100g 이하의 미니골드바가 전체 골드바 판매량의 92%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며 “중산층과 서민의 소액 금 투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골드바 같은 실물자산 외에 금펀드나 골드뱅킹(금 통장) 등 금 투자 상품을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소액으로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에만 금펀드에 8억 원이 순유입됐다. 24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금펀드는 최근 일주일간 4.19%의 수익률을 보였다.
골드뱅킹 잔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직접 거래하지 않고 계좌에 넣은 돈을 금으로 환산해서 적립하는 상품. 금값이 오르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얻는다. 신한, 국민, 우리 등 3개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 총액은 지난달 말 5626억 원으로 1월 말 대비 9.5% 증가했다. 금을 1g 단위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의 일일 거래량도 21일 사상 최고치(30.6kg)를 찍었다.
○ “당분간 금값 반등 어려워, 단기투자 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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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수익보다 투자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장기적 관점의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금값이 당분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여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5년 이상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투자 자산의 10% 정도만 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