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문학 작가들이 로맨스소설을 썼다. 작가들이 선보인 로맨스엔 감성적인 연애도 있고 SF풍 사랑 이야기도 있다.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에 참가한 작가들. 왼쪽부터 하창수 한차현 박정윤 김서진 전아리 씨. 나무옆의자 제공
출판사 측은 작가들에게 로맨스소설은 일절 참고하지 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로맨스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소설은 연륜 있는 사랑도 있고 풋풋한 사랑도 있다. 작가들의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내용도 감성적 연애부터 판타지 작품까지 다양하다. 하창수 씨의 ‘봄을 잃다’는 이혼 경력이 있는 40대 사진작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20대 동거녀를 찾아 나서는 20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한차현 씨의 ‘우리의 밤은…’은 35세 주인공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 N이 알고 보니 미래에서 왔다는 내용이다. 김서진 씨도 ‘네이처 보이’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이 마법사를 자처하는 남자를 만난 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린다. ‘연애독본’은 1930년대 세 여학생이 첫 순정을 버리는 경험기를 담은 소설이다. 남녀 모두 공감할 만한 사랑 이야기가 주요 테마인 데다 만만찮은 ‘수위’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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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 나무옆의자 제공
춘화를 소재로 삼은 ‘미인도’를 쓴 전아리 씨는 “로맨스소설 하면 ‘싼 소설’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랑은 인간 누구나 공감하는 원초적 감성”이라며 “연애 감정뿐 아니라 그 아래에 놓인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소설로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본격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한국 문학의 지평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학평론가 박철화 씨는 “영상물의 위력이 커지고 텍스트의 영역이 좁아지는 시대를 맞아 순문학도 다른 대중적 장르들과 만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본격문학 작가들이 ‘고고한 성채’에 갇혀 있지 않고 독자들과의 접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괴테, 셰익스피어 등 위대한 거장들의 사랑 이야기도 오래 읽혀온 만큼 로맨스라는 장르가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신승철 나무옆의자 주간은 “로맨스소설 하면 10대와 20대들이 보는 인터넷소설을 떠올리는데, 말초적이고 필요 이상의 우연성이 남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는 다른 수준 있는 연애소설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