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분교 준비하는 손미나 씨
올해 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 서울’의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손미나 손미나앤컴퍼니 대표는 수강생들이 인생학교에서 참된 행복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상파 방송의 유명 아나운서였던 손 씨가 처음부터 인생학교를 운영하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는 2007년 방송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에 갔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 대책 없이 노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그는 느긋했다.
“방송 환경이 바뀌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천장’이 보이는 데다 전문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총 쏘기에 비유하자면 그전에는 무차별적으로 쐈다면 10년차가 되면서 과녁을 정해놓고 쏴야겠단 생각을 했죠.”
‘인생학교’ 일을 시작한 것도 여행과 무관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여행 에세이를 쓸 때였다. 한 잡지사의 청탁을 받아 보통을 인터뷰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책을 많이 읽었지만,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보니 학교가 나에게 가르쳐준 건 거의 없었다는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그가 재미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인생학교였답니다.”
얼마 후 보통이 인생학교 서울을 계획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 씨는 “내가 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2013년 말, 인생학교 서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막바지 개교 준비에 한창인 손 씨는 보통이 만든 프로그램을 뼈대로 하되 이를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강연할 수 있는 연사 영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네이버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수용 JOH 대표이사,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삶의 지혜를 알려주겠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남들이 이미 지닌 무기를 나도 가지려 하니까 힘든 거 아닐까요?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삶의 유형이 있습니다.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나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행복을 찾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