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암
■ 1994년 8월 12일
방송 관련 뉴스 중 가장 흔한 소식 중 하나는 일부 가요의 ‘방송 부적격 판정’이다. 최근에도 힙합듀오 배치기의 신곡 ‘마파람’이 흑인 비하 등 이유로 K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한 마디로 방송 금지곡이다. 각 방송사는 자체 심의관련 기구를 두고 대중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에 대한 심의를 벌이고 있다. 이미 1996년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사라지면서 금지 음반 역시 사라졌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각 방송사의 심의로 방송 금지곡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94년 오늘 방송위원회가 방송 금지가요 1752곡 중 847곡을 해제했다. 표절 혐의를 받은 일부 노래와 왜색가요 등 237곡을 제외한 1515곡을 재심의한 결과였다. 방송위원회는 그에 앞서 6월 당시 박원웅 MBC레코드실 담당 부국장을 비롯해 강민구 KBS 라디오2국 PD, 이해성 SBS 라디오국 제작위원, 팝음악 평론가 서병후씨 등 방송사 PD 및 대중음악 전문가로 구성된 외국가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방송가요실무협의회를 통해 금지가요와 팝음악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시대변화에 맞춰 금지 사유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거나 그 정도가 미미한 노래를 중심으로 해제 조치를 취했다.
월북작가의 노래 64곡, 외국 가요 783곡이 대상이었다. 조명암(사진)이 가사를 쓴 ‘낙화유수’ ‘황포돛배’ ‘무정천리’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비틀스의 ‘레볼루션’과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 등 반전 및 불온적인 내용을 담은 197곡을 포함해 ▲애니멀스의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등 불건전한 내용을 노래한 177곡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등 폭력범죄를 조장하거나 범법행위를 묘사한 노래 127곡 ▲제퍼슨 스타십의 ‘블랙 위도’ 등 불건전한 성적 표현을 담은 100곡 등도 해금됐다. 이 밖에도 로버타 플랙의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 유어 페이스’ 등 좌경작가 및 적성국의 노래 51곡, 환각제 마약 사용을 묘사한 16곡, 반사회적 가사를 담은 115곡 등도 있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