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이 늙어간다]서울 25개區 노후주택 실태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중턱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 전경. 전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고 이주민 대책도 마땅치 않은 탓에 동네 전체를 슬럼화하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스카이아파트 앞에 내걸린 출입금지 안내판. 주민 대피가 시급하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이 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스카이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저층 주택 가운데 72.3%는 2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년 이상 된 저층 주택이 많은 곳은 성동구(86.3%), 동대문구(82.6%), 중랑구(81%) 순이다. 모두 2008년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멈춘 곳이다.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짧다. 주택 수명은 기존 건물이 지어진 때부터 새로운 건물을 짓기까지의 기간이다. 한국은 미국(71.95년), 프랑스(80.23년) 등의 3분의 1, 일본(54.25년)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에는 지은 지 30년 이상 돼 사실상 ‘수명을 다한’ 저층 주택이 34.9%나 된다.
오래돼 낡은 주택의 보수가 미뤄지면 사람이 떠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교육 여건도 나빠진다. 다시 사람이 떠나고 주택은 비어 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실제로 서울 곳곳의 정비 사업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엔 1만5000여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점차 ‘슬럼화’되는 것이다.
○ 한국형 도시 재생 가능할까
1980년대 이후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가 대거 개발됐다. 반면 주택 공급과 기반 시설 투자가 멈춘 구도심은 점점 쇠락했다. 이른바 ‘쇠퇴하는 도심’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농촌보다 열악하다.
먼저 부동산 버블을 겪었던 선진국 역시 도심 노후 주거지에 빈집이 늘면서 슬럼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실업 홀몸노인 보육 건강 범죄 등 사회적 문제가 동반됐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도시 재생이다. 일본 시가(滋賀) 현 나가하마(長濱) 시, 영국 런던 템스 강변 코인스트리트 등은 낙후된 공장 및 주택 리모델링과 함께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는 경제적 효과까지 얻었다.
한국은 2013년 ‘도시재생법’을 제정했다. 한국형 도시 재생은 아파트 건설 위주의 개발을 버리면서 낙후된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 또 ‘베드타운’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 지속적 자생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는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의 문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남과 신도시도 마주해야 하는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성장 시대에는 대규모 개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제 동네를 고쳐 가며 사는 방식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