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론 “아베담화에 사죄 담아야”]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일본의 ’원조 보수’로 꼽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97) 전 총리가 7일 자 요미우리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패전일(8월 15일)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인물이다.
그는 “점검과 반성에 의해 자기 역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직시할 용기와 겸허함을 가져야 한다”며 “거기서 얻어야 할 교훈을 가슴에 새겨 국가를 이끄는 것이 현대 정치가의 책무”라고 훈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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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소네 전 총리 등 보수세력과 일본 주요 언론이 이날 일제히 아베 담화의 향배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은 위기감의 발로다. ‘사죄’가 빠진 아베 담화 자문기구의 최종 보고서 내용이 이런 위기감에 기름을 부었다.
○ 일본서도 ‘자기 정당화 보고서’ 비판
일본 방위대 교장을 지낸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은 7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 기고문에서 “보고서에 청일전쟁 후 대만을 식민지화했다고 쓰여 있지만 러일전쟁 후 한국 병합의 시비(是非)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보고서가 “중국에는 기대감, 한국에는 불신감을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서로 화해를 향한 자세를 보여줬지만 쌍방의 생각이 충분히 합치하지 않은 70년이었다”며 중국의 노력을 일정 정도 평가했다. 또 2006년 중국과 일본이 맺은 ‘전략적 호혜관계’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계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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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보고서에 온당치 않은 표현도 있다”며 “한국 측의 심정적인(감정적인) 외교자세를 비판하면서 일본도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득책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과 한중의 화해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상대 탓만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쿄신문은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을 합사하는 등 일본이 제공한 원인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자기 정당화’ 성격의 기술을 담았는데 도무지 성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자민당 OB들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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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담화 내용에 대한 국민 반응도 아베 총리의 편이 아니다. 교도통신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표현을 넣을지에 대해 ‘포함해야 한다’는 답이 67%로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답(30%)의 배 이상이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시아 리더로서 일본의 미래를 지향하는 자민당 OB를 중심으로 아베 정권이 너무 나간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보수진영의 견제는 아베 총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계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지지율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한중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아베 총리가 막판까지 우익세력과 견제 세력의 동향을 봐가며 주판알을 튕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