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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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전 8이닝 9K 무실점 호투
1988년 윤석환 13승 기록 경신
두산은 한때 ‘좌완 갈증’에 목말랐던 팀이다. 하지만 이젠 선발 로테이션 세 자리를 왼손투수로 채울 정도다. 그 중심엔 ‘느림의 미학’ 유희관(29·사진)이 있다. 유희관이 구단 역사상 토종 좌완 최다승 신기록을 썼다.
유희관은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8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며 시즌 14승째(3패)를 거뒀다. 다승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날 유희관은 109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을 기록했다. 9탈삼진은 데뷔 후 개인 1경기 최다 기록. 지난 4월 28일 잠실 kt전(8이닝 2실점)에서 뽑은 8탈삼진 기록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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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은 이날 두산 구단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토종 좌완 최다승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기존 기록은 1988년 윤석환(현 선린인터넷고 감독)이 거둔 13승이었다. 유희관은 2004년 게리 레스가 세운 팀 좌완 최다승(17승) 기록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경기 후 유희관은 “솔직히 탈삼진 기록은 의식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그것보다는 팀 역대 토종 좌완 최다승을 한 게 의미 있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1회 위기를 넘기면서 유희관은 편안하게 마술을 부릴 수 있었다. 1회말 2사 1루서 아두치에게 큼지막한 2루타를 맞았으나, 중견수 민병헌∼유격수 허경민∼포수 양의지로 이어지는 확실한 중계플레이로 1루주자 정훈을 홈에서 아웃시켰다. 유희관은 “유독 1회 실점이 많았는데 그 수비 덕에 잘 넘길 수 있었다. 야수들이 중계플레이를 잘해준 덕에 8회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야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상대 에이스 린드블럼도 그의 피칭을 도운 셈이 됐다. 유희관은 “상대가 좋아서 그런지, 점수를 주지 않고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투수는 빠른 공을 던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러한 생각을 뒤집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구속이 안 나오는 투수들에게도 희망을 안긴 것, 이게 바로 유희관이 부린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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