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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수 논란에 헛도는 선거구 획정

입력 | 2015-08-03 03:00:00

여야, 권역별 비례대표 싸고 대립
선거구 획정 가이드라인 논의 표류… 열흘 남은 데드라인 지키기 어려워
획정委 “획정기준 제출 늦어지면 시뮬레이션-의견수렴 등 차질”




내년 4월 20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총선 룰’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총선 6개월 전인 10월 13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달 15일 별도의 독립기구로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못 찾고 있는 것이다.

당장 13일이 문제다. 이날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시한이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이 난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려면 사전에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등 가이드라인이 정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 시한을 열흘 정도 앞둔 2일까지 여야는 의원 정수를 놓고서도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어 가이드라인 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의원 정수 369명 확대’를 끄집어내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비례대표를 줄이더라도 의원 정수(300명)는 유지하자”고 맞받아쳤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새정치연합은 “의원 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하자”고 방향을 수정했지만 새누리당은 “현실성이 없다”며 일축한 상태다.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200인 이상’은 300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게 헌법학자 다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이래 국회의원 정원이 299명을 넘긴 적은 없었다. 다만 여야 간 선거구 조정 협상 난항으로 2012년 19대 국회에 한해 한 명(세종시)을 늘려 300명으로 정했다. 그 당시에도 위헌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의원 정수에 대한 이 같은 헌법 해석은 여야의 논의 대상에 제대로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정개특위 관계자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만들기 위한 기본 전제가 국회의원 수인데 야당이 갑자기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해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 정수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선거구획정위의 활동은 꼬이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11일 공청회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국회의 ‘태업’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악의 경우 의원 정수는 물론이고 지역구나 비례대표 수도 못 정한 채 선거구부터 늘리고 줄이는 획정 작업을 해야 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의 한 관계자는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출해야 그에 맞춰 다양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쳐 객관적인 획정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제출 기한(13일)을 넘기면 선거구 획정 작업이 마감시한에 쫓기게 되고 또 다른 불공정 시비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