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DDP 전시회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1947년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파리 몽테뉴가 저택. 한국의 서도호 작가가 천 소재로 재현했다. 바카스 알지르다스 사진작가
전 세계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한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긴 여정은 1947년 시작됐다. 그는 당시 42세 나이로 자신의 저택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여성성과 우아함을 찾아주겠다는 것이 당시 그가 옷을 만드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는 프랑스의 예술과 사교문화, 라이프스타일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럭셔리 브랜드를 꿈꿨다.
그가 쌓아온 디오르라는 브랜드의 모든 것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달 20일부터 8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디오르를 상징하는 10개의 콘셉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순서대로 전시 공간을 하나하나 지나다 보면 그동안 디자이너 디오르가 걸어온 숨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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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디오르가 1947년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파리 몽테뉴가 저택. 한국의 서도호 작가가 천 소재로 재현했다.
디오르의 저택을 지나면 그가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디오르의 상징적인 드레스가 나온다. 마치 “디오르에 대해 알려면 날 먼저 봐야 해”라고 말을 거는 듯한 이 드레스는 잘록한 허리가 들어간 흰 재킷과 풍성한 주름이 특징인 블랙 스커트로 이뤄져 있다. 여성 신체의 곡선을 살린 디자인에는 그가 본 여성성의 전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 한때 건축가를 꿈꿨던 그의 기질도 잘 나타나 있는데, 흰 재킷과 블랙 스커트가 이루는 완벽한 균형감을 보고 있노라면 정교하게 쌓아올린 예술적 건축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작가와 디오르가 협업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도호 김동유 김혜련 이불 박기원 박선기 등 한국의 유명 작가 6명이 디오르가 아끼던 작품들을 한국적 소재를 동원해 재해석해냈다.
자, 그럼 지금부터 10개의 콘셉트로 나뉜 전시 공간을 살펴보며 디오르가 걸어온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 걸어보자.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