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1965년 맺은 한일협정은 굴욕적 협정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일본은 3년간 점령했던 필리핀에 ‘전쟁 피해 배상금’ 등으로 8억 달러를 지불했다. 반면 35년간이나 식민 지배를 한 한국에는 ‘경제 원조’ 형식으로 3억 달러의 차관을 포함해 6억 달러를 줬다. 필리핀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직접 참여해 한국과는 국제적 지위가 달랐다는 것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주장이다. 한국은 그 돈을 종잣돈의 일부로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필리핀 미얀마 등이 배상금을 흐지부지 써버리고 경제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일본도 한국의 경제성장을 통해 많은 이익을 봤다. 한국이 수출주도 성장을 하는 동안 일본은 부품과 기계를 팔아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다. 50년 동안 한국이 일본에 본 무역적자만 5164억 달러(약 576조 원)에 달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50년 전 30억 달러(국내총생산)에서 1조3000억 달러(2013년)로 400배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