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합격증 위조된 것”… 스탠퍼드大 “합격통지서 보낸 적 없어”
김정윤 양 측이 공개한 하버드대(왼쪽)와 스탠퍼드대 합격통지서. 두 대학은 “김 양에게 합격통지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고 밝혀 위조 의혹을 낳고 있다. 김정욱 씨 제공
중앙일보 4일자 신문에서 김 양이 “두 대학(하버드대, 스탠퍼드대)의 교수님들과 상의해 스탠퍼드대에서 첫 1, 2년을 공부하고 이후 하버드대에서 전공과 연구를 이어가 대학 생활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양은 아버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두 대학의 합격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버드대 애나 코웬호번 공보팀장은 9일(현지 시간) 이것이 사실인지를 묻는 본보의 e메일 질문에 “하버드대 합격증은 위조된 것(forgery)으로 하버드대는 김 양에게 입학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며 “스탠퍼드대에서 2년 공부하고 하버드대에서 공부를 마치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탠퍼드대 리사 라핀 대외홍보담당 부총장도 김 양의 입학 허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 e메일에 “합격통지서를 발행한 적이 없다. (우리 역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동시에 다니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답했다. 김 양 측이 한국 언론에 하버드대 입학을 도와준 사람이라고 밝힌 조지프 해리스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도 9일 본보 기자와 만나 “세라 김(김 양의 미국명)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 이름이 왜 등장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대학 입학은 학과에서 맡는 게 아니라 대학본부에서 맡는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또 김 양 측이 스탠퍼드대에 있는 자신의 멘토 교수라고 밝힌 제이컵 폭스 수학과 교수도 한국 언론에 “그녀의 멘토였던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녀와 함께 연구하게 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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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 측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가짜 e메일 계정을 사용해 의혹을 키웠다. 한국 언론이 ‘세라 김이라는 합격자가 없다’는 하버드대 측 말을 재확인하려 하자 “하버드대 공보팀장이 합격자 명단에 ‘세라 김’이라는 이름은 없지만 한국명 김정윤은 있다며 정정해 왔다”며 공보팀장 e메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e메일 주소는 실제 공보팀장 e메일 주소 중간에 ‘g’자를 넣은 가짜였다. 하버드대 공보팀장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정 메일은 가짜”라고 했다.
한편 김 양의 동시 입학 제안을 최초 보도한 미주중앙일보 객원기자 전영완 씨는 10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입장을 통해 “가족이 제시한 합격증서와 해당 대학교수들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인 e메일 등을 의심 없이 수용해 기사 작성을 했지만 합격 대학과 교수 등에게 사실 확인을 끝까지 하지 않은 실수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게 됐다”며 오보를 인정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김승련·노지현 기자
본보는 학생과 가족들의 주장을 믿고 검증하지 않은 채 4일 첫 기사를 보도해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