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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시신 택배’ 받은 여성 “CCTV에 찍힌 택배발송 女, 내 딸 맞아”

입력 | 2015-06-05 17:12:00


3일 오후 2시 36분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강동우체국 1층 창구. 키 165㎝ 정도에 마른 체격의 30대 여성이 택배상자 한 개를 창구에 놓았다. 이 여성은 여직원에게 송달료를 내고 사라졌다. 상자는 4일 오전 11시 반 전남 나주시의 A 씨(60·여) 집에 배달됐다. 우체국 직원 정모 씨(50)는 집에 아무도 없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일을 하던 중 전화를 받아 “상자를 집 마당에 놓고 가라”고 했다. 4일 오후 6시 반 귀가한 A 씨는 상자를 열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에 여자 영아의 시신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나선 전남 나주경찰서는 영아 시신이 수건과 검정색 체육복에 싸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자에는 ‘저를 대신해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적힌 메모도 있었다. 시신에는 30㎝ 길이의 탯줄이 달려있었다.

경찰은 택배 접수처인 강동우체국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경찰을 통해 CCTV에 찍힌 여성을 살펴본 A 씨는 “내 딸이 맞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의 딸 B 씨(35)의 행방을 확인 중이다. 조사 결과 B 씨는 결혼 직후 남편과 헤어졌으나 아직 법적 이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2005년 출산한 딸은 현재 그의 가족들이 키우고 있다.

B 씨는 4, 5년 전 상경해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해 착신불능이 될 정도로 빈곤했다는 것이 과거 이웃들의 진술이다. 경찰은 한 달 전 B 씨가 아는 사이인 한 음식점 주인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음식점 주인이 “배가 부른 것 같다”고 묻자 B 씨는 “아파서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은 B 씨가 출산비가 없어 홀로 애를 낳다가 영아가 숨지자 고향 집으로 시신을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례비가 없어 가족들에게 딸의 장례를 부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영아의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